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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집이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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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집이 없는 이유

입력
2013.01.1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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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대개 단골집이 있기 마련이다. 언제든지 가면 반갑게 맞아주는 주인이 있는 곳, 그리고 덤으로 다른 손님들은 누릴 수 없는 어떤 특별함을 기대할 수 있는 곳 예컨대 그런 곳이 단골집이겠다.

하지만 내겐 단골집이 없다. 성인이 되고부터 줄곧 술을 마셔왔음에도 지금껏 단 한 번도 단골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을 두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곰곰 생각해봐도 딱히 이것 때문이다 싶은 이유를 발견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나를 완전하게 아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라면 내가 나를 전혀 모르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다.

나름 짐작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내가 단골집을 만들지 않는 것은 확실히 내 기질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나는 무연함과 익명성을 무척이나 즐기는 사람인 것이다. 단골을 자처하고 정해둔 집엘 가면, 주인이 아는 척을 할 것이고 그러면 말을 주고받게 되고, 행동에도 제약을 느낄 게 아닌가. 나는 술을 마실 때 마음이 편한 곳이 가장 좋다.

내가 원하는 것은 내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것보다는 그냥 나를 내버려두는 것이다. 그것이 친절이든 시비든 술 마실 때는 그 어떤 간섭도 받고 싶지 않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술 마시는 것은 내가 누리는 가장 사치스러우면서도 일반적인 취미이며 스트레스 관리법이기 때문이다. 공연한 인연을 만들어 이 자유를 빼앗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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