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한 과거를 딛고 태극마크를 단 선수가 화제다. 청소년기에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보금자리를 잃었다. 그렇게 소녀는 거리를 배회했다. 암울한 청소년기를 겪던 이 소녀는 2001년 부산 지역의 한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보육원에 들어가 체육을 접한 뒤 삶이 달라졌다.
지적 장애인들의 겨울 스포츠 축제인 2013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에 출전하는 임화정(30)의 얘기다. 2006년 부산혜원학교에 진학한 임화정은 체육 교사가 임화정의 승부욕과 남다른 운동 능력을 눈여겨보고 사이클을 권했다. 임화정은 아버지처럼 따르는 선생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빠른 실력 향상을 보인 임화정은 지난 5년 동안 장애인 전국체전을 포함해 전국 대회에서 지적장애 부문의 메달을 휩쓸었다. 금메달만 따져도 10여 개에 이르는 등 전국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다.
사이클로 승승장구하던 임화정이 갑자기 쇼트트랙에 입문한 것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다. 아련한 기억 속에 엄마, 아빠, 동생과 함께 빙판, 스케이트가 떠올랐다고 한다. 쇼트트랙을 처음 시작한 2년 전에는 넘어지지만 않으려고 애쓰는 나날이 되풀이됐다. 그러나 사이클을 통해 갈고 닦은 운동 능력은 곧 빙판에도 적응을 마쳐 태극마크를 다는 데 성공했다.
임화정은 “스페셜올림픽을 계속 기다려온 만큼 더 열심히 운동할 것”이라며 “대회에 참가한 내 모습을 보고 헤어진 가족을 다시 만났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사연을 전해들은 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임화정의 소망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줄 계획이다.
스페셜올림픽은 전 세계 지적 발달 장애인들의 운동 능력과 사회 적응력 등을 향상시켜 생산적인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도록 하고자 마련한 국제스포츠대회다. 이번 대회는 오는 29일부터 2월5일까지 8일간 강원 평창 및 강릉 일대에서 열린다. 만 8세 이상의 지적 장애인이 8주 이상 훈련을 하면 누구나 경기에 참가할 수 있다. 장애 정도에 따라 수준별로 조를 나누고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에게는 리본을 걸어줘 ‘서로 이해하고 포용하자’는 대회 이념을 구현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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