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의 민형사소송이 벌어지고 있는 훈민정음 상주 해례본(이하 상주본)이 법적 권리자인 조용훈(67)씨가 최근 숨짐에 따라 제3의 법적 다툼이 예상된다.
조씨가 지난해 5월 상주본의 행방을 감춘 배익기(50ㆍ상주시 낙동면)씨로부터 물건을 돌려받으면 국가에 기증키로 했으나, 목적을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숨져 소유권이 부인과 자식들에게 상속됐기 때문이다. 특히 조씨는 대법원까지 가는 민사소송을 승소로 이끈 A변호사에게 주기로 한 성공보수금을 책을 손에 넣지 못했다는 이유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고, 이는 곧 변호인과 상속인 간에 새로운 법정공방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게다가 소유권 소송이 끝나자 안동 광흥사는 검찰에 훈민정음이 원래 자신들의 것이라는 진정서를 내는 등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서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민사소송에서 패소한 배씨는 상주본을 조씨의 가게에서 훔친 뒤 낱장으로 분리(조씨측 주장)해 숨긴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 등)로 구속됐다 항소심에서 무죄로 풀려난 뒤 민사재판 재심청구를 벼르고 있다.
배씨는 “훔친 사실이 없는 나를 두고 물건과 돈을 탐내는 사람들이 법정에서 허위 증언을 하는 바람에 옥고를 치렀다”며 “재심절차 등을 통해 진실을 밝히는 동시에 소유권을 찾은 뒤 상주본의 처리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국보급 문화재인 상주본의 소유권은 숨진 조씨가 국가에 기증을 한 만큼 소유권을 새롭게 가릴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씨는 지병인 폐암을 지난해 12월26일 숨졌다.
김용태기자 kr88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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