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가 15일 발표한 정부조직개편안의 적절성과 타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우선 단번에 '창조경제'의 컨트롤타워로 부상한 미래창조과학부가 '공룡 부처'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다 갈래의 조직과 기능을 통합을 통해 주어진 임무를 제대로 수행해 낼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통상'부문을 15년 만에 외교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하기로 결정한 것이 적절한 것인지 여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해양수산부, 미래창조과학부를 비롯한 신설 부처들이 어느 지역에 배치되느냐도 새로운 논쟁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정부조직개편의 하이라이트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신설. 박근혜 대통령당선인의 주요 공약이었던 만큼 애초부터 미래창조과학부엔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정부조직개편의 뚜껑을 연 결과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거대부처로 탄생하게 됐다. 기초과학에다 첨단과학, 정보통신기술(ICT)까지 아우르는 'R&D 공룡부처'가 생기게 된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정부조직 역사상 거대부처, 공룡부처는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다는 점. 워낙 많은 업무와 기능이 합쳐지다 보니 충돌과 우선순위논란이 생기고, 구성원간 화학적 결합이 어려워지면서 결국 거대부처의 실험자체가 실패로 돌아간 경우가 허다하다. 옛 경제기획원과 재무부가 합쳐져서 탄생했던 재정경제원, 현 정부 출범 후 만들어진 교육부+ 과학기술부의 교육과학기술부와 국토부+해양부의 국토해양부 등이 모두 그런 경우다.
재정경제원은 예산 세제 금융 등 모든 거시정책수단을 한군데로 집중시켜 정책수립ㆍ집행의 효율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탄생했지만, 거대 권력집단이 돼 결국 환란까지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한 경제관료는 "옛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는 때론 견제하고 때론 협의하면서 정책의 균형을 잡아갔는데 재경원으로 통합되면서 견제기능이 마비돼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비대증에 걸리게 됐다"고 술회했다.
두 부처가 통합될 경우 한쪽이 홀대받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교육과학기술부의 경우 애초 취지는 교육과 R&D를 유기적으로 연계하자는 취지에서 통합출범 했지만, 교육문제에 과학업무가 완전히 밀려나고 말았다. 한 과학계 인사는 "입시나 학원폭력 등 민감한 교육현안이 터지면 장관의 관심은 그쪽으로 쏠릴 수 밖에 없다. 결국 당장 급한 현안이 없는 기초과학 쪽은 장관한테 보고기회조차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육지와 바다를 아우른다는 취지에서 국토부와 해양부가 통합됐던 국토해양부도 마찬가지 케이스. 4대강 사업이나 부동산 경기침체 등 주요 현안이 국토부쪽에 집중되니까, 결국 해양업무는 자연스럽게 관심에서 멀어지게 됐다는 분석이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대한 우려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산업간 경계가 사라지는 융ㆍ복합시대를 맞아 R&D를 여러 부처로 쪼개놓을 경우 조직 이기주의에 모든 걸 망칠 수 있는 통합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과 배분권한을 가진 거대부처는 견제 없는 'R&D권력'으로 군림할 수 있으며, 특히 부서 내에서도 즉각적이고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는 분야는 홀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행정풍토상 장관이 화려하고 다채로운 ICT쪽만 챙길 공산이 커 기초과학은 또다시 뒷전에 밀릴 소지가 충분하다"고 우려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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