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2007년 12월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홍콩 선적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유출 사고에 따른 피해금액을 7,341억여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국제 해양오염사고 보상을 위해 설립된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펀드)이 산정한 피해금액 1,824억여원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국내 기름유출 피해금액 중 사상 최고액이다. 그러나 법원이 결정한 주민 직접 피해금액은 당초 주민들이 법원에 신고한 4조2,271억원의 10% 수준인 4,138억원에 불과해 강한 반발과 민사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대전지법 서산지원(지원장 김용철)은 16일 유류오염 손해배상 책임제한 절차관련 제한채권 조사를 위한 사정재판을 마무리하고 피해주민 개인에게 결정문 송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전체 피해액 가운데 주민들의 직접 피해금액을 IOPC펀드가 산정한 829억원의 5배에 달하는 4,138억원으로 결정했다. 또 방제비용과 해양복원사업에 사용된 비용 등 정부와 지자체 채권액 2,174억원과 민간기업 등의 추가방제비용 등 1,029억원을 인정했다.
이번 법원의 결정에 따라 피해어민들에 대한 손해 배ㆍ보상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총 5,167억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채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금액은 ▦유조선사인 허베이스피리트사의 1,458억원 ▦ 삼성중공업 부담금 56억원 ▦IOPC펀드 등을 모두 합해도 3,298억원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배상한도 초과분인 1,869억원은 유류오염사고 지원 특별법에 따라 정부가 부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용철 서산지원장은 이에 대해"배당금이 확정되면 유류오염사고 특별법에 '대위권(代位權)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정부가 먼저 보상금을 지급한 뒤 다른 보상 주체들로부터 이를 받으면 보상업무가 보다 수월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법원 결정에 대해 피해주민들은 자신들의 실제 피해액보다 크게 적다며 반발하고 있다. IOPC펀드 역시 법원이 지나치게 많은 피해금액을 산정했다며 불복할 가능성이 높아 민사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 사정(査定)재판
일종의 예비 재판으로 법원이 특정 피해를 입은 개인이나 기업의 배상 청구에 대해 타당성을 검토해 내리는 판정. 일반적인 손해배상 청구소송보다 절차나 기간이 간편하고 빠르다. 1998년 9월 법원이 부도난 한보그룹의 정태수 총회장을 상대로 사법 사상 처음으로 사정재판을 열어 1,631억원의 배상 결정을 내렸다. 이해 당사자 중 한쪽이 법원 결정에 불복하면 별도의 민사소송이 진행된다.
서산=이준호기자 junho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