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인 자신의 성 정체성 문제로 고민하던 육군 병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6일 군 당국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3시25분쯤 충남 소재 육군 모 부대 소속 A(24)일병이 부대 내 지하 보일러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 남겨진 A4용지 16장 분량의 글에는 자신의 동성애 성향과 이에 따른 군대 적응 문제에 대한 고민이 적혀 있었다.
A일병은 지난 달 30일 실명으로 국방부 '생명의 전화' 상담관에게 "자살 시도를 했다고 부대에 이야기했지만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상담관은 이 내용을 바로 소속 대대장에게 알렸으나 이후 대대장과의 면담에서 A 일병이 "부모님에게 알리지 말아 달라"고 요청, 대대장이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A일병은 지난달 정기휴가 때 예정보다 하루 늦은 27일 귀대한 뒤 미복귀 이유에 대해 "(동성애 문제로) 자살하려다 포기했다"며 "17살 때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깨닫고 난 후 2, 3차례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부대 측에 진술했다.
군 관계자는 "대대장이 A 일병 복귀 후 성 정체성을 알고 나서 현역 부적합 처리를 하던 도중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군 조사 결과 A일병은 지난해 11~12월에도 5차례에 걸쳐 생명의 전화에 익명으로 인터넷과 전화 상담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 부대관리훈령에 따르면 자살 우려자로 분류된 병사는 정신과 군의관 상담 및 진료를 받도록 돼 있다. 자해 등 심각한 위협이 있다고 판단되면 군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게 해야 한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군이 생명의 전화 등을 운영하면서 병사들의 자살을 예방하겠다고 하고도 실제 상황에서는 구멍이 크게 뚫려 있다"고 지적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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