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장면에서 흑이 백돌을 열심히 공격했지만 결국 아무런 소득도 거두지 못한 채 고스란히 다 살려 보냈다. 게다가 당장 3으로 둬서 좌변 흑돌을 살려야 한다. 한데 그에 앞서 이창호가 1, 2를 교환한 건 시간에 쫓긴 상태에서 빚어진 고수답지 않은 괜한 손찌검이다. 우선 흑돌의 형태가 빈삼각의 우형인데다 어차피 다음에 A로 끊을 수도 없다. 2부터 8까지 진행해서 거꾸로 흑이 잡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흑은 1, 2의 교환을 보류하고 그냥 3으로 두는 게 정수였다.
귀중한 선수를 넘겨받은 박정환이 6, 12로 상변에 먼저 말뚝을 박아서 이제는 백의 우세가 확실히 굳어졌다. 17 때 백은 처럼 두는 게 실리로는 훨씬 이득이지만 자칫 상변이 위험해질 수 있다. 그래서 실전에서는 박정환이 약간의 실리 손해를 감수하고 최대한 안전하게 처리했다. 이것으로 자신의 승리가 확실하다는 뜻이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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