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건강하게 낳아주지 못해서 미안할 뿐이죠.”
난치성 대사효소결핍증으로 불리는 희귀병 페닐케톤뇨증을 앓는 생후 3개월 된 둘째아들서우를 둔 박동원(37)씨. 요즘 그의 눈엔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서우가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병에 걸린 것도 가슴이 미어지지만, 치료마저 제대로 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의사 선생님이 그러데요. 서우에겐 치료할 방법이 없다고요.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박씨는 서우가 태어난 지난해 10월 1일 넋이 반쯤은 나가 있었다고 했다. 산부인과 측으로부터 신생아 대사이상 검사결과 페닐케톤뇨증이 의심된다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페닐케톤뇨증은 단백질을 구성하는 필수 아미노산의 하나인 페닐알라닌을 분해하는 효소가 선천적으로 결핍돼 이 아미노산이 체내에 축적되면서 뇌 등에 치명적 손상을 입히는 유전병이다. 국내엔 환자가 300명 정도 밖에 안 될 만큼 희귀병이다. 몸에서 생산되지 않는 효소를 매일 공급해 주지 않으면 중증 뇌성마비의 증상을 보이며 움직이거나 말할 수조차 없다.
박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서울의 큰 병원들을 찾아 다녔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평생 동안 약물치료를 하면 살 수는 있다”는 말 뿐이었다. “밥은 안 먹어도 약은 먹어야 한답니다. 약도 못 먹는 아이들에 비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치료를 해줄 수 있을지….” 다행히 ‘살릴 수는 있다’는 진단에 희망을 가졌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해줄 수 없다는 현실이 박씨의 가슴을 후볐다. 박씨는 전남 진도에서 조그마한 현수막 간판집을 하고 있지만 수입이 일정치 않아 매달 100만원이 넘는 약값과 치료비를 대는 것도 버겁다.
이런 소식을 들은 진도군 봉사단체가 서우 돕기에 나섰다. 진도청년회의소가 주축이 돼 17일부터 진도읍에서 서우를 돕기 위한 사랑 나눔 떡국 나눔 행사를 연다. 이창신 회장은 “돈이 없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서우를 보면 안타까울뿐”이라며 “서우를 도울 수 있는 손길이 하루빨리 이어지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진도=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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