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 일본 등 주요 무역국들과 서비스 분야 무역 협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제서비스협정(ISA) 협상 개시를 공식화한 것으로, 상품 분야에 집중됐던 자유무역협정(FTA)을 금융, 운송, 통신, 보험 등 서비스 분야에까지 넓히겠다는 뜻이다.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20개 주요 무역 대상국을 상대로 서비스 분야 무역을 촉진하기 위한 새로운 협정의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20개국에는 한국, 일본 외에도 유럽연합(EU), 터키, 호주, 캐나다, 칠레, 대만, 홍콩 등이 포함됐다.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무역국들은 협상 참가를 거부했다.
커크 대표는 "이들 국가의 서비스 무역 비중은 전 세계 서비스 무역의 3분의 2를 차지한다"며 "서비스 분야의 수출이 제조업 분야만큼 성장한다면 미국 수출은 연간 최대 8,000억달러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서비스의 국제적 공급을 막는 모든 장벽을 허물고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커크 대표에 따르면 미국은 앞으로 90일 안에 제네바에 있는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ISA 협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ISA는 2001년 시작된 다자간 무역체계인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대안으로 논의된 서비스 부문 무역 활성화 방안이다. 금융, 특급운송, 보험, 통신, 전자지급, 정부 조달, 환경 및 에너지 등 각종 서비스 분야를 망라한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지난해 4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ISA를 초기부터 논의해온 16개국이 협정을 체결하면 회원국 간 서비스 수출이 연간 최소 780억달러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협상의 최대 수혜국은 미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협정이 체결될 경우 미국과 EU의 수출은 각각 140억달러, 210억달러 늘어난다.
커크 대표는 존 베이너 하원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국 서비스 수출이 10억달러 늘어날 때마다 미국 내 일자리가 4,200개 추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캐롤 거트리 USTR 대변인은 협상에서 빠진 중국 등을 의식해 "협상 과정 중 더 많은 국가의 참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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