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그룹 내부 비리 사태와 관련해 2년 넘게 진행돼온 1심 재판이 신상훈(65)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이백순(61) 전 신한은행장의 혐의 중 일부만 유죄로 인정된 채 일단락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부장 설범식)는 은행 돈을 가로 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으로 기소된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에게 각각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신 전 사장이 재일동포 주주로부터 2억원을 수수한 혐의(금융지주회사법 위반)와 은행 법인자금 2억6,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투모로그룹과 금강산랜드에 수백억원의 부실 대출을 지시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은 무죄로 판단했다. 이 전 행장에 대해서도 재일동포 주주로부터 기탁금 5억여원을 받은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경영자문료 2억6,100만원을 횡령한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민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금융기관의 장으로서 높은 도덕성이 요구됨에도 두 사람은 거액의 돈을 횡령하는 등 죄책이 무겁다"면서도 "받은 돈을 개인적으로 착복하지 않은 점, 신한은행 내에서의 지위와 역할, 범행 동기와 전후 사정 등을 고려해 형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의 주요 쟁점이었던, 신 전 사장이 고 이희건 신한금융지주 명예회장에게 지급되어야 할 경영자문료를 횡령했는지 여부는 입증되지 못했다. 사실관계를 알고 있는 이 명예회장이 2011년 사망했고, 라응찬(75) 전 신한지주 회장도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다는 이유로 법정에서 증언하지 않아 혐의를 입증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또 "이 전 행장이 2008년 제3자에게 전달한 3억원이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흘러갔다"는 법정 증언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진위를 판단하지 않았다.
신한은행이 2010년 9월 신 전 사장을 횡령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불거진 신한은행 사태는, 수사가 확대되면서 이 전 행장과 라 전 회장도 모두 소환 조사를 받았으나 검찰은 봐주기 논란 끝에 라 전 회장을 제외한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만 기소했다. 이날 1심 재판을 마친 신 전 사장은 "유죄를 인정할 수 없다. 상급법원에서 해명하겠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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