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발이 약하게 흩날리던 16일 오전 9시40분 서울중앙지법 청사, 성추문 사건으로 큰 충격을 준 전모(31) 서울동부지검 검사가 머플러와 모자로 얼굴을 철저히 가린 채 들어섰다. 지난달 열린 영장실질심사 때와 마찬가지로 온몸을 뒤덮는 검은 패딩을 입은 그는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다.
재판이 열리기까지 10여분의 시간 동안 법정 안에서도 기자들의 질문은 이어졌다. 그러나 전 검사는 넋이 나간 듯한 표정으로 여전히 입을 닫고 있었다. 법정에서는 모자와 머플러를 할 수 없어 전 검사는 처음으로 얼굴을 드러냈다. 수척한 모습의 그는 알려진 것보다 더 초췌한 인상이었다.
재판부인 형사합의23부(부장 정선재) 판사들이 법정에 들어오자 전 검사의 얼굴에 긴장감이 스쳐갔다. 재판부는 절차에 따라 전 검사에게 직업을 물었고, 그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검사입니다"라고 답했다. 이어진 주소 및 본적지 확인 질문에도 그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재판은 10여분 만에 끝났다. 전 검사가 전날 늦게야 변호인을 선임했기 때문이었다. 변호인은 재판부에 "기록 검토할 시간을 달라"고 요구했고, 재판부는 법원 정기인사 등을 고려해 3월7일에 다음 재판을 열기로 했다. 변호인은 특히 "공소사실을 다툴 예정이라 기일이 여러 번 필요할 것 같다"며 향후 벌어질 치열한 법리 공방을 예고했다.
전 검사는 지난해 11월 절도 피의자 여성과 검사실 등에서 부적절한 성관계를 가진 사실이 드러나 뇌물수수 및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현재 해임이청구된 상태지만, 유죄 확정 판결을 받기 전까지는 검사 신분이 유지된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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