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로부터 학비를 지원받는 대학생의 성적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나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사회학과의 로라 해밀턴 교수는 연방기관 자료를 바탕으로 부모의 재정 기여도와 대학생 자녀의 성적을 비교한 결과 부모가 학비를 많이 내줄수록 자녀의 성적은 낮아지는 상관관계를 얻었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16일 보도했다. 연구 결과는 이달 미국사회학리뷰에 게재됐다.
해밀턴 교수는 "부모가 재정적 문제를 해결해주면 자녀는 학업에 집중할 수 있어 더 높은 성취도를 보일 것이라는 일반적 가정이 빗나간 결과"라며 "부모로부터 전폭적 지원을 받는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에 비해 학업을 진지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해밀턴 교수는 수년 전 학교 기숙사에서 학생들과 함께 지내며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부모의 지원을 받는 학생들의 성적은 잘해봐야 보통 수준이었고 졸업을 유예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이런 현상이 전국적인 것인지 밝히기 위해 양적 연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해밀턴 교수는 이런 부작용이 계층간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부유층은 자녀의 대학 성적이 나빠도 그들을 취직시킬 인맥을 갖고 있지만 중산층 이하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해밀턴 교수는 "중산층은 자녀 학비를 대기 위해 퇴직금 등 노후 자금까지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밀턴 교수는 "부모가 자녀에게 학업에 대한 책임감을 심어주지 않은 채 학비를 내주면 부작용이 커진다"며 "부모가 자녀에게 기대하는 성적의 기준치를 정해주는 등 학업과 관련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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