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7일 오전 7시15분 충남 태안군 만리포 북서방 5마일 해상에 정박중이던 홍콩선적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와 삼성중공업 크레인선이 충돌했다. 이 사고로 유조선에 싣고 있던 원유 1만2,547㎘가 유출돼 태안반도를 비롯 전국 3개도 11시 시ㆍ군 해안에 큰 피해를 입혔다. 어선과 양식업 등 전국에서 5만7,000여건의 수산분야 피해와 음식, 숙박업 등 비수산 관광분야 1만5,000여건의 피해가 발생했다. 일부 피해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늦어지는 보상절차로 생계가 어려워지자 목숨을 끊기도 했다. 정부는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펀드)의 피해보상이 장기화함에 따라 피해 주민들에게 생계안정자금을 지원하는 한편 배ㆍ보상의 근거가 될 피해금액 산출을 위한 사정작업을 서둘렀다.
그 결과가 16일 대전지법 서산지원이 유류오염사고손해배상책임제한절차 사건에 대한 사정재판을 통해 나왔다. 사고발생 5년 만에 전국 12만 명에 달하는 피해주민들의 피해금액이 처음으로 공식 확인됨에 따라 배ㆍ보상절차에 들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사정재판 결정문 주요내용 및 의미
1년2개월에 걸친 검증을 거쳐 확인된 전체 피해액은 IOPC펀드가 사정한 금액보다 4배가량 많다. 주민피해액과 방제비용,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사용한 비용 등을 포함해 법원에 신고한 전체피해액은 4조2,271억원인데 재판부는 이 중 17.4%인 7,341억원을 피해액으로 산정했다. IOPC펀드는 자체 사정을 통해 총 피해금액을 1,844억원으로 산정했다.
이번 재판은 재해로 인한 피해면적과 피해건수에서 국내 최대 사정재판으로 앞으로 향후 유사한 사건에 대한 판단기준이 될 전망이다. 또 앞으로 채권금액이 확정될 경우 피해주민들에 대한 금전적 보상이 이뤄지게 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피해주민에 대한 추가적인 지원을 하는데 기초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이번 재판에서 IOPC펀드와 재판부간 사정금액 차이가 큰 것은 피해를 인정하는 범위에서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피해주민들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맨손어업의 경우 증빙자료 제출이 어려워 손해액 산정이 쉽지 않았다. IOPC펀드는 증빙자료가 없고 무면허, 무신고 어업 등은 위법소득으로 간주해 손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재판부는 위법 소득이라고 해도 비난 가능성과 위법성의 강도 등을 종합해 손해를 폭넓게 인정했다. 이에 따라 IOPC펀드가 177억원으로 산정한 맨손어업 피해액이 재판에서 13배가 증가한 2,376억원으로 늘어났다.
보상 문제 등 향후 전망
주민들에 대한 보상이 당장 이루어질지는 의문이다. 사정재판에 이의가 있는 당사자는 결정을 송달 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IOPC펀드가 자체 사정금액과 재판결과 차이가 커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주민피해 보상액을 누가 얼마만큼 분담해 지급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전체 피해액 7,341억원 중 주민피해액이 4,138억원을 차지한다. 이는 협약에 따라 유조선사와 IOPC펀드가 3,298억원 범위에서 부담한다. 유조선과 충돌 책임이 있는 삼성중공업은 법원의 책임제한 판결에 따라 56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나머지는 유류오염사고 특별지원법에 따라 정부가 책임을 맡는다. 최욱환 충남도 서해안유류사고지원본부장은"보상절차가 늦어져 주민들이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며 "이번 사정에서 피해 입증이 안돼 보상을 받지 못한 주민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산=허택회기자 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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