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배구 LIG손해보험은 유독 현대캐피탈만 만나면 맥을 못 춘다.
2005년 프로배구가 출범한 이후 이번 시즌 전반기까지 현대캐피탈과의 상대 전적은 4승48패. 승률이 7.69%에 불과하다. 특히 현대캐피탈의 홈인 천안에서는 지금까지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22연패를 당했다. 양 팀의 전력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데도 지긋지긋한 천적 관계를 보이고 있다. KEPCO가 대한항공을 상대로 원년인 2005년 12월28일부터 2009년 11월25일까지 28연패에 빠진 적이 있지만 이는 양 팀의 극명한 전력 차이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전문가들은 "LIG가 유독 현대캐피탈에 약한 것은 상대적인 팀 컬러에 있다. 이와 함께 심리적인 부분도 한 몫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세호 강남대 교수 겸 KBS N 해설위원은 "LIG는 원년부터 지금까지 손에 꼽힐 정도의 세터를 보유하지 못했다. 주로 이경수나 외국인 선수를 이용한 큰 공격 위주인데 높이가 좋은 현대캐피탈 입장에서 봤을 때 공략법이 단순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캐피탈은 전통적으로 '거미손' 이선규를 비롯해 가장 뛰어난 블로커들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세터 포지션이 취약한 LIG의 경우 속공이나 시간차 공격보다 큰 공격을 위주로 하는 탓에 현대캐피탈의 팀 컬러와 상극이라는 평가다.
최천식 KBS N 해설위원은 "최근 경기를 보면 현대캐피탈의 강한 서브에 LIG가 유독 힘을 쓰지 못했다. 2단 토스가 불안정할 경우 까메호에게 공이 집중될 수 밖에 없는데 블로킹이 장점인 현대캐피탈이 까메호 봉쇄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올 시즌 공격 성공률 52.21%인 까메호는 5개 팀 중 현대캐피탈에게 유일하게 50% 이하(46.71%) 성공률에 머물렀다.
어느 스포츠든지 심리적인 부분은 간과할 수 없다. 연승을 하는 팀은 자신감이 쌓이고 연패가 이어질수록 지고 있는 쪽에서 느끼는 부담감이 클 수 밖에 없다. LIG의 사령탑을 맡은 적이 있는 김상우 MBC SPORTS+ 해설위원은 "심리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다. 패배가 반복되다 보면 이기고 있어도 뒤집힐 것 같다는 조급함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현대캐피탈 세터 권영민은 "지고 있어도 언제든지 따라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그것이 가장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