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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때리기

입력
2013.01.1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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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4대 강 때리기'가 한창이다. 4대 강 사업의 수질개선 효과에 대한 의문, 수질개선 약품 과다 투입, 부실시공에 따른 보 본체 균열과 수중 하부의 침식 실태, 공사 참여업체 사이의 담합 의혹, 보 설치 상류지역의 역행침식(逆行浸蝕)에 따른 홍수 피해 가능성 등이 한꺼번에 거론된다. 정부 교체에 앞서 논란을 정리해 새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뜻이 엿보이는 한편으로 미처 삭이지 못한 대선 패배의 울화를, '가재는 게 편'이라는 속담처럼 크게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한 편인 이명박 대통령에 퍼부으려는 뜻도 잡힌다.

그런 정치적 의도와는 별도로 2008년 사업 시작 이래의 논란이 4년 반이 지난 지금도 기본 구도와 내용에 아무런 변화 없이 반복되는 게 놀랍다. 일방적 공격과 반박의 역사는 책 한 권에도 다 담기 어렵다. 환경단체 일각의 주장처럼 16개 보와 하안의 인공 옹벽, 제방을 모두 허물더라도 공사 이전의 자연하천으로 되돌릴 수 있는 단계를 이미 지났으면 지금쯤은 확인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사업 보완'에 지혜를 모아야 할 터이지만 그런 기미가 없다.

지금 와서 새로 든 생각이 아니다. 사업 시작 이후 본격적 논란이 불붙은 2009년 4월 29일자 칼럼 '수중보'에서 홍수 방지와 수자원 이용 효율성 제고라는 기본 목표를 살리면서도 환경피해를 최소화할 방법 논쟁이 일방적 찬반 논쟁보다 유익하다고 썼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런 바람은 헛되었다.

정부 교체기를 틈탄 현재의 논란 또한 대부분 비본질적이다. 4대 강 사업의 기본 목적이 홍수 방지와 물 그릇 키우기라는 점에서 본질적 논란이 되려면 홍수방지와 수자원 확보에 득책인지, 그에 따른 부작용 최소화 방안은 섰는지를 따져야 했다. 그 기초적 판단은 굳이 전문적 지식이 아니더라도 전국에 널린 수중보 운용 경험과 상식에서 얻을 수 있었다.

물 그릇이 커지면 많은 물을 가둘 수 있지만 제방에 미치는 압력이 커져서 보강이 필요한 것은 상식이다. 하류의 수위가 높아져 경사가 완만한 지역에서는 상류 지천의 역행침식 가능성이 커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기술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일부 상류 지역에 소규모 침수 피해가 나더라도 하류 저지대의 광범위한 침수에 비할 바 아니다. 애써 외면하려고 들면 어쩔 수 없지만, 4대강 사업 이후 대규모 홍수는 눈에 띄게 줄었다. 기후변동의 영향으로 근년 기록적 폭우가 잦아졌음을 감안하면 더욱 뚜렷한 변화다. 담합과 부실시공 논란도 4대강 사업의 근간을 흔들기 어렵다. 보 본체의 균열이나 보 하부 주변의 하상 침식도 기술적 문제여서 정기적 확인과 보강으로 대처해 마땅하다. 수질 논란이 그나마 본질적 논란에 가깝지만, 수도권의 식수원인 팔당호의 수질관리 경험에서 보듯 보로 흘러 드는 지천의 수질관리, 즉 주변지역의 하수처리 시설 증설과 주민들의 자발적 협조에 최종적으로 달린 문제다.

무엇보다 지역주민 다수의 환영 자세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들의 뜻이 기본공사와 후속 주변 정비 과정에서 지역에 떨어질 공사비 떡고물과 지역개발 효과에 대한 기대와 무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역의 숙원이 풀리고 홍수와 가뭄 걱정을 크게 덜게 된 안도감 또한 가벼이 여길 수 없다. 중앙정치 무대에서 4대 강 사업의 문제점 지적에 열을 올리던 야당 의원도 과거 상대적으로 홍수 피해가 가장 컸던 영산강 주변의 지역구에 가서는 좀처럼 4대 강 사업 자체를 비판하지 않는다.

'광우병 사태' 이후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감은 4대 강 사업에 상징적으로 응결됐다. 적어도 이 대통령이 퇴임할 때까지는 그 정치적 응어리는 풀리기 어렵다. 대신 조금 세월이 흘러 정치적 표적이 바뀌고 나면 4대강 사업은 전혀 다른 각도에서 재조명될 공산이 크다. 치수(治水)는 유사 이래 인류가 지혜를 모아온 역사(役事)이기 때문이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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