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마음의 움직임은 욕망에서 비롯" "달리지만 말고 멈춰야 얻는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마음의 움직임은 욕망에서 비롯" "달리지만 말고 멈춰야 얻는다"

입력
2013.01.16 12:31
0 0

남방불교 호주 전파한 아잔 브람 스님"지혜 사용하지 않고 의지만 쓰면 자기중심적으로 되고 화 잘 내게 돼… 지혜의 일부는 자비심이다"대승불교 선지식 적명스님"대승불교·남방불교 방법은 달라도 고통의 제멸 기원하는 것은 같아 교류 통해 존중·융화하는 과정 필요"

LTE 전국망으로 어디서나 터진다는 스마트폰조차 연결되지 않는, 연중 부처님오신날 하루만 일반에 개방하는 조계종 최고의 수행도량 경북 문경 봉암사에서 적명(74)스님이 16일 방한 중인 호주의 명상가 아잔 브람(62) 스님을 만났다. 국내 불교계에서 손꼽는 선지식으로 봉암사 수좌인 적명 스님은 50년 넘게 이어온 동안거 시간을 쪼갰다. 아잔 브람 스님은 호주에서 남반구 첫 불교사원을 개설한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명상가로 이날까지 동국대에서 열린 세계명상힐링캠프 참가 중 시간을 냈다.

태국에서 남방불교의 수행을 배워 호주로 전파한 아잔 브람 스님과 대승불교 간화선을 대표하는 선지식은 이날 '간화선과 초기불교의 만남'을 주제로 100명 정도의 스님ㆍ불자들 앞에서 불교 수행 전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행사에는 원담, 각산 스님과 초기불교 수행을 해온 정신과전문의 전현수 박사가 패널로 참여해 질문했다. 행사 전 차담(茶談)까지 포함해 두 스님의 이날 설법 내용을 간추렸다.

아잔 브람=수행도량을 시끄럽게 해서 죄송하다.

적명=스님을 기다리는 스님들이 많았다. 봉암사에서는 100여명이 수행한다. 20년 전보다 스님들 나이가 15세 정도 많아졌다.

아잔 브람=한국에서는 젊은이들이 스님 되는 것에 관심이 없나. 스님이 되면 멋있다는 걸 보여주면 젊은이들이 관심을 가질 텐데.

적명=걱정스럽지만 요즘 그런 경향이 있다. 멋있는 것보다는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나을 것 같다.

아잔 브람=서양에서는 불교에 대한 관심이 계속 늘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불자가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적명=불교가 서양의 역습을 받는 것 같다. 대승과 남방불교는 오랫동안 다른 길을 걸어왔다. 구체적인 방법은 다르지만 모든 사람의 고통의 제멸을 기원하는 것은 같다. 세계가 하나가 돼가는 시대다. 불교만이 서로 다름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모든 사상 체계가 과거 그랬듯이 교류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고 융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아잔 브람=나는 살면서 너무 의심이 많아 그 해결을 찾고 싶었다. 처음 명상할 때 깨달음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건 너무 높은 곳에 있는 것이다. 단지 좀더 평화롭고 행복하기를 원했을 뿐이다. 초기 경전에서 부처는 매우 단순하게 이야기한다. 내가 가르치는 것은 고통을 없애는 것이다. 존재의 근원을 따지는 것보다 그 편이 더 실용적이다. 나는 이론물리학을 공부했고 지성이 모자라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명상수행을 하면서 평화를 체험했고 선정의 체험이 내가 이론으로 배운 것보다 더 많은 불법을 주었다.

각산=깨침으로 가는 길에 선정(禪定)은 필수인가.

적명=선불교적 관점에서는 입정과 출정이 있는 것을 범부선이라고 한다. 끊김이 있기 때문이다. 선문에서는 끊어지지 않은 삼매라야 진정한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화두 수행 중에도 선정에 들 때가 있다. 몇 시간씩 드는 경우는 예사고 며칠씩 들 때도 있다. 그러나 그것을 권장하지 않는다. 들고 나는 것은 진정한 선정이 아니다.

아잔 브람=그런 설명은 초기 불교의 부처 설명과 다르다. 거기서 부처가 거듭해서 말하는 선정은 아무 것도 느낄 수 없는, 다섯 감각을 놓아버리고 모든 감각이 사라지는 것을 보는 것이다. 삼매는 고요하고 침착해진다는 뜻이다. 명상을 잘 하는 방법은 우리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히는 것이다. 선정은 이렇게 고요해지는 단계 중 하나일 뿐이다.

전현수=마음이 움직이는 원리는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나.

아잔 브람=마음은 탐욕과 갈애 때문에 움직인다. 머리에 당근 달린 막대기를 이고 있는 당나귀가 있다. 우리가 행복이나 만족감을 얻으려고 움직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빨리 움직이려 해도 당근은 늘 저 앞에 있다. 그게 바로 고통이다. 부처가 달리던 당나귀에게 멈춰보라고 하자 당근이 멀리 갔다가 돌아와 입에 쏙 들어간다. 고통이 끝난다. 뭔가를 추구해서 계속 달리기만 하지 마라. 멈춰야 얻는다. 그게 깨달음이다.

적명=마음의 움직임은 욕망에서 비롯한다는 것은 말할 것 없다. 하지만 그것을 선사는 불자들에게 이렇게 설법할 것이다. 세상사는 모두 허망하다, 그대의 것은 그대에게 온다, 그대의 것이 아닌 것은 오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고 마음을 쉬어라, 그리고 해탈을 생각해야만 모든 고뇌가 멈춘다는 것을 생각하라, 가나오나 한 화두에 마음을 집중해라 그러면 진정한 깨달음에 도달할 것이다.

원담=욕망을 버리려고 수행하는데도 그러지 못하는 스님이 있다.

아잔 브람=세계 곳곳에서 여러 스님을 만났다. 공통점이 있더라. 다들 깨닫기 위해 노력은 하는데 지혜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케이블카가 있는 아주 높은 산을 그냥 오르려는 사람들 같다. 지혜를 사용하지 않고 의지만 쓰려는 사람들이다. 의지의 힘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은 자기중심적이 되고 일이 안 풀리면 좌절하고 화를 낸다. 가장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가장 화를 잘 내더라. 일에 지혜를 곁들인다면 목적도 빨리 이루고 화도 덜 낸다. 지혜의 일부는 자비심이다. 친절이 가진 힘을 과소평가하지 말라. 대승불교 스님들은 수행 중 자기에게 너무 잔인한 것 같다.

문경=글ㆍ사진 김범수기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