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2,600만원이 넘는 재산을 가진 세입자는 임대아파트에서 나가달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거주자격을 상실한 강원 정선군의 수재민 임대아파트 입주자에 대한 강제 퇴거조치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LH강원지역본부는 정선읍 봉양LH아파트 입주자 60여 세대에 이달 말까지 퇴거하도록 통보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아파트는 2002년과 2003년 연이어 몰아 닥친 태풍 매미와 루사로 삶의 터전을 잃은 수재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256세대 규모로 2006년 완공됐다.
LH가 퇴거조치를 취한 이유는 일부 입주민의 재산이 임대주택 입주 혜택을 받기에 다소 많다는 것. 국민임대아파트인 만큼 본인과 세대 구성원 전원이 무주택자여야 하고 자산규모가 부동산 1억2,600만원(토지 및 건물 합산), 자동차 싯가가 2,467만원 이상일 경우 입주자격을 제한할 수 밖에 없다는 게 LH공사의 설명이다.
퇴거 요청을 받은 입주민 가운데 30세대가 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며, 기준시가 이상의 부동산이나 자동차를 보유한 세입자도 더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21일까지 수해 당시 파손되거나 무너진 주택의 멸실 부분을 등기부 등본에 정리하지 못한 점 등이나 토지를 비롯한 부동산이 생업을 위한 수단이라는 점을 소명하는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LH측은 소명자료 심사 후 퇴거에 불응할 경우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경하게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 겨울 보금자리에서 쫓겨날 처지에 놓인 세입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봉양아파트 건립 취지가 수재민의 주거안정을 위한 것으로, LH가 일반 임대주택과 같은 잣대를 적용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한 입주민은 "주택 개축 보조금 등 정부지원 한 푼 받지 않고 수재민 아파트에 입주했는데 일반 임대아파트와 같이 취급하면 안 된다"며 "이것이 과연 올바른 주거복지 정책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LH공사는 "수재민을 위한 임대아파트로 지어진 특수성을 인정해 지난 6년간 관련 규정 적용을 유예했던 것"이라며 "앞으로는 임대주택법과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예외를 둘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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