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형이 확정돼 연고지가 없는 다른 교도소로 옮겨갈 것이 예상되자 다른 사람을 시켜 자신을 고소하게 만들어 재판을 지연시킨 조직폭력배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대구지검 강력부(배재덕 부장검사)는 다른 교도소로 이감(移監)을 피하려고 자신을 허위고소한 조직폭력배 정모(45)씨와 정씨를 허위고소한 김모(47)씨 등 13명을 무고교사 또는 무고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대구지역 폭력조직인 ‘신암동파’ 행동대원인 정씨는 2009년 마약사건으로 징역 1년 6개월의 형이 확정된 뒤 남은 형기가 9개월로 다른 교도소로 이감이 예상되자 김씨를 시켜 벌금 등 가벼운 형이 예상되는 사기로 자신을 고소케 했다. 정씨는 이듬해 2월 벌금 150만원 약식명령을 받자 정식재판을 청구, 합의서를 제출하는 방법으로 벌금 70만원을 받았지만 다시 항소하는 방법 등으로 재판을 지연시켜 같은 교도소에서 형기를 마치는데 성공했다.
반면 검찰은 불필요한 조사로 수사력을 낭비했고, 담당 재판부도 정씨가 출소 이후에도 항소취하 등 이렇다 할 조치 없이 항소심 재판에 불출석하는 바람에 소재탐지, 공시송달 등 최종적으로 항소기각판결을 내리기까지 1년간 골탕을 먹어야만 했다.
함께 불구속 기소된 ‘내당동파’ 행동대장 송모(46)씨는 자신의 후배를 시켜 “롤렉스 시계 1개 구입대금 명목으로 350만원을 받아 편취했다”고 허위고소, 7개월만에 벌금 50만원이 확정돼 원하는 교도소에서 형기를 마치는 등 약식명령 정도가 예상되는 혐의로 허위고소à약식명령à정식재판청구à합의서제출로 감형à항소 등의 방법으로 최장 1년3개월까지 재판을 끌었다.
심지어 허위고소 공모 과정에서 죄명이나 피해금액까지 결정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허위차용증을 작성하거나 가짜 증인까지 확보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 같은 사실을 검찰이 지난해 불법사행성 오락실을 운영한 대구지역 폭력조직 ‘동구연합파’ 사건을 수사하던 중 단서를 포착하고 총 7건의 허위고소 사건을 밝혀냈다.
이는 법무부 예규인 ‘수용구분 및 이송ㆍ기록등에 관한 지침’에 잔여 형기가 3개월 이상인 조폭ㆍ마약사범은 다른 재판이 없으면 형 확정 후 비연고지 교도소로 이감토록 하고 있으며, 이감할 경우 교도소 특유의 텃세와 시설차이, 면회의 용이성 등 각종 불이익을 두려워한 때문으로 보인다.
배재덕 강력부장은 “이감을 피하기 위한 자기무고사범을 대거 적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국가 사법체계를 이감회피 등 개인의 편의를 위해 악용하는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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