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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입양 금지로 아이들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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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입양 금지로 아이들 고통"

입력
2013.01.1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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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미국으로의 아동 입양을 금지하는 러시아 법이 선천적 시각장애자 소녀의 편지로 다시 도마에 올랐다.

AP통신에 따르면 고교생인 나타샤 피사렌코(사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미국과의 관계악화로 생긴 법 때문에 장애를 앓고 있는 러시아 고아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문제의 법은 미국인의 러시아 아동 입양을 금지하는 '야코블레프 법'이다. 러시아 의회는 지난해 말 미국이 인권침해 혐의가 있는 러시아 인사들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마그니츠키 법'을 통과시킨 데 대한 보복으로 이 법을 승인, 새해부터 발효시켰다. 야코블레프 법에 따라 1월 1일부터 러시아 아동의 미국 입양길이 전면 차단되면서 이미 미국행이 결정됐던 러시아 고아 46명도 덩달아 입양이 취소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피사렌코는 6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편지에서 "입양이 취소된 아동들 중 장애아들은 러시아 내에서도 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퇴보한 의료기술 때문에 러시아인들은 장애아 입양을 꺼린다"며 "(푸틴이) 미국의 악의 손길로부터 아이들을 구해냈다"고 비꼬았다.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볼 수 없었던 피사렌코는 자신이 러시아의 후진적 의료기술 때문에 겪은 고통에 대해서도 썼다. 피사렌코의 아버지는 딸이 태어난 지 얼마 뒤 그가 앞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의사들은 몇 달 동안이나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치료를 위해 미국과 독일로 갔을 때 의사들은 정확하게 병을 진단했고 덕분에 다시 앞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다고 피사렌코는 전했다. 그는 "러시아 의사들에게 나는 그저 원인 모를 병을 앓는 아이였지만 독일과 미국에서 나는 시력 회복의 가능성을 가진 환자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푸틴 대통령에게 "(입양이 취소된 아이들 중) 선천적 질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 5~10명만이라도 (미국으로) 입양을 허락해달라"고 요청했다.

피사렌코의 호소는 상당한 반향을 일으켜 지난 주말 2만여명이 모스크바 크렘린궁 앞에 모여 야코블레프 법 철회를 요구하며 시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실장은 피사렌코의 편지에 대해 "그를 잘 알고 있으며 그가 쓴 편지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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