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5일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안의 첫째 의미는 경제 분야 컨트롤타워를 만들었다는 데 있다. 보수 정권임에도 부처 수가 늘어 '큰 정부'기조로 꾸려졌다는 점도 주요 특징으로 볼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은 "경제부흥과 국민안전이라는 두 가지 국정철학을 정부조직에 반영한 것도 특징"이라고 말했다.
우선 이명박정부에서 폐지된 경제부총리를 부활한 것은 경제부흥이란 국정과제를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당면한 국내외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경제부흥을 이끌기 위해 기획재정부의 경제정책 조정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는 박 당선인의 의지가 반영됐다.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부처 간 칸막이와 부처 이기주의를 없애고 효율적으로 경제정책을 집행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박 당선인이 공약한대로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한 것도 '경제부흥' 및 '컨트롤타워'라는 키워드와 연결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신성장동력 확충과 일자리 창출 등 박 당선인이 밝힌 '창조경제'를 뒷받침할 부서로 과학기술 분야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된다. 유민봉 인수위 국정기획조정분과 간사는 "미래창조과학부는 창조경제의 두 축인 일자리 창출과 창조과학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각 부처로 분산된 과학기술 업무를 통합ㆍ융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안보와 복지 분야에서 컨트롤타워 기능을 하는 기구도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보장위원회와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신설되면 이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지식경제부가 갖고 있던 중견기업 정책과 지역특화 발전 기획 기능을 중소기업청으로 이관한 것 역시 박 당선인의 중소기업 중심 경제정책을 반영한 것이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청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승격해 총리실 산하로 이관한 것과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명칭을 변경한 것 등은 '국민 안전'을 중요시하겠다는 취지에 따른 것이다.
일반적으로 보수 정부가 '작지만 강한 정부'를 지향하는데 비해 박근혜정부의 부처 수가 상대적으로 늘어나게 된 것은 이례적이다. 보수 정권이라고 할 수 있는 이명박정부와 김영삼정부의 부처 수가 각각 15부2처18청, 14부5처14청이었으나 박근혜정부에서는 17부3처17청으로 늘었다. 부처 수로 보면 김대중정부 17부2처16청, 노무현정부 18부4처16청과 비슷하다. 박 당선인이 복지 확대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에 정부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 부처의 기능을 떼고 붙이면서 정부 부처의 반발을 줄이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지식경제부에서 중견기업 정책 등을 중소기업청으로 이관하는 대신 외교통상부의 통상 기능을 지경부로 옮겨 산업통상자원부로 개편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통상 기능의 지경부 이관을 두고는 통상을 중시하는 국제적 흐름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민봉 간사는 "꼭 필요한 것만 개편한다는 최소화 원칙을 지켰다"며 "전문성과 통합성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의원발의를 통해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하지만 인수위는 신설 부처 등의 세밀한 기능을 어떻게 조정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때문에 기능 조정과 여야 논의 과정에서 더 많은 기능을 가져가려는 각 부처들의 힘겨루기 양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인수위는 오는 24일 열리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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