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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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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문은 없다

입력
2013.01.1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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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월 기간'이란 말이 있다. 허니문 기간(honeymoon period)이라고도 한다. 대통령 취임 초기에 의회와 야당, 언론 등이 갓 출범한 정부에 대해 호감을 보이면서 부드럽게 대하는 시기이다. 밀월은 본래 결혼 직후 꿀처럼 달콤한 때를 뜻한다. 그러니 권력의 봄을 맞은 새 대통령에게 허니문은 임기 중 가장 즐겁고, 행복하고, 중요한 시기가 된다.

허니문 기간이 어느 정도 되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6개월이란 주장도 있고, 100일이란 말도 있다. 2개월 또는 1개월 정도 될 것이란 설도 있다. 미국에서는 새 대통령 취임 후 100일이란 해석이 많은 것 같다.

분명한 사실은 허니문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스피드 시대인데다 사회적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으니 단축될 법도 하다. 요즘 우리나라 상황을 보면 '허니문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출범한 지 10일밖에 되지 않은 대통령직인수위가 연일 얻어터지고 있다. 무엇보다 '불통 인수위'란 딱지가 붙었다. 철통 보안을 외치다 보니 국민과의 소통은 뒷전으로 밀렸다. 각 부처의 인수위 보고 내용을 공개하지 않거나 '찔끔' 브리핑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밀봉 인사'란 말이 나올 만큼 공개 검증 절차 없이 주요 인사가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

또 정부 일부 부처들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 이행을 위한 예산이 부족하다고 보고한 데 대해 박 당선인은 불편한 마음을 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처 이기주의 때문에 공약에 제동을 거는 것이라면 공직사회가 비판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복지 확대 공약에 실제로 예산이 많이 들어간다면 공무원들의 입을 굳이 막을 필요는 없다. 인수위가 점령군 행세를 하지 않고 설익은 정책 남발을 줄인 것은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소통 부재는 이 같은 장점들을 모두 덮어버리고 있다.

허니문이 사라진 1차적 계기는 지난해 12월 24일 강경보수 성향의 언론인 출신 윤창중씨를 인수위 대변인으로 내정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언론들과 야당은 "철통 보안 인사의 실패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12월 19일 대선이 치러졌으니 허니문 기간이 채 일주일도 안 된 셈이다.

허니문 부재는 박 당선인 측이 자초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민주통합당이 윤 대변인 임명 등을 들어 "왜 승자가 허니문을 깨려 하느냐"면서 공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야당이 별 사유도 없으면서 허니문을 먼저 깼다면 더 큰 욕을 먹었을 것이다. 박 당선인이 정책과 인사 문제에서 철통 보안을 내세우는 취지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인수위원들이 개인 의견을 흘리는 것을 차단함으로써 정책 혼선과 파워게임 등을 막아낼 수 있다. 그러나 보안 제일주의는 '권위주의 회귀'로 비칠 수 있다. .

허니문 부재 현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물론 과거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가 들어설 때에는 어느 정도의 허니문 기간이 있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출범 때는 초반부터 허니문이 사라졌다. 특히 이명박 정부 출범 때에는 이경숙 인수위원장의 '아륀지'(orange) 발언 구설과 새 정부 출범 당시의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출신) '강부자'(강남 땅부자) 내각 논란 등으로 큰 상처를 입었다. 이어 쇠고기 수입 파동까지 터지자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첫해 2분기에 20%대로 곤두박질쳤다. MB정부 초기의 실패는 대선 압승에 따른 오만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있다.

박 당선인도 '1987년 이후 첫 과반 대통령' 이란 수식어를 가진 지도자이다. 과반 승리를 했다고 너무 자신해서는 안 된다. 박 당선인을 찍지 않은 48%의 유권자는 4월 24일 실시되는 재보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4월 재보선에서 여당이 승리를 거두지 못한다면 박 당선인은 초반부터 난관을 맞을 수 있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집권 초반 100일에 첫 출발을 잘해야 성공하는 대통령이 될 수 있다. 너무 큰 목표를 정해 밀어붙이기 정치를 하는 것은 금물이다. 소걸음이더라도 국민과 충분히 소통하면서 가는 게 낫다.

김광덕 정치부장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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