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경험을 쌓은 뒤 카페 사장님이 돼서 제 가게를 운영하는 게 꿈이에요."
15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빌딩 4층 직원 창의공간에 마련된 카페오아시아(CAFEOASIA). 점심시간이 지나 한가할 법한데도 커피를 마시기 위해 카페오아시아를 찾는 손님은 끊이지 않았다. 언뜻 보기엔 여느 카페와 다를 바가 없지만 일하는 직원들은 모두 결혼이주여성이다. 얼굴에 미소를 띤 채 주문을 받고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 남 안티카(35)씨는 태국 출신. 같이 일하는 캄보디아 출신의 반 말리(28)씨는 "손님이 몰리면 긴장되지만 커피 만드는 게 재미있어서 힘든 줄 모른다"고 말했다.
카페오아시아는 이날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협동조합 1호 인증을 받은 다문화카페 소셜프랜차이즈 브랜드다. 사회적협동조합이란 일반 협동조합과 달리 조합원들에게 수익을 배당하지 않는 대신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비영리 목적의 사업을 하는 곳이다. 지난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됨에 따라 새롭게 등장했다.
2005년, 2007년 한국으로 시집온 말리씨와 안티카씨는 2~3년간은 한국 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집에서 각각 7살, 5살 아들을 키우는 게 유일한 낙이었을 뿐 소통도, 소속감도 없었다. 말리씨와 안티카씨는 2010년 강남 다문화지원센터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바리스타 수업을 들으면서 점점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말리씨는 "내 힘으로 돈을 벌고 일을 하니 이제야 진짜 한국 사람이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카페오아시아 탄생 과정에서 주변 도움도 많이 받았다. 2010년 다문화가정 결혼식을 지원하면서 말리, 안티카씨와 인연을 맺었던 포스코기업이 카페 공간을 무료로 임대해줬고 사회적기업 지원기관인 세스넷이 원두 공동구매와 운영노하우 등을 지원했다. '다양한 사람들과 하나되는 아시아'를 의미하는 브랜드명 카페오아시아는 국민대 대학원생들의 재능기부로 만들어졌다.
손님 대부분은 포스코 직원들로 하루 평균 200~300명꼴이다. 한 포스코 직원은 "커피 가격이 1,500~2,000원대로 저렴하고 맛이 좋아서 직원들이 매일 출근 도장을 찍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말리씨와 안티카씨 못지 않게 남편들의 만족도도 높다. 안티카씨는 "돈을 벌어와서 그런지 몰라도 한국 사회에 점차 적응해가는 내 모습을 보고 남편이 더 좋아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지난달 17일 문을 연 카페오아시아는 현재 시범 운영 중이다. 이날 고용부의 인증을 받았지만 영업신고 절차 등이 남아 있다. 공식 영업은 2월 중순에 시작한다. 정선희 세스넷 상임이사이자 카페오아시아 대표는 "1호점을 시작으로 올해 50호점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라며 다문화가정 여성들이 일자리를 찾아 한국 사회에 제대로 정착할 수 있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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