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조태환권(戶曹兌換券) 원판은 조선 고종 30년(1893년) 공식 발행되지 않은 한국 최초의 지폐 원판이다. 상설 조폐기관인 '인천 전환국'은 50냥, 20냥, 10냥, 5냥 등 4종류의 호조태환권을 찍기 위해 4종류의 호조태환권 원판을 만들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재미동포인 고미술수집가 윤원영씨가 갖고 있던 10냥짜리 호조태환권 원판은 덕수궁에 보관돼 있던 것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미군 라이오넬 헤이스가 입수해 미국으로 반출한 것이다. 이 원판은 15.875㎝, 세로 9.525㎝, 무게 0.56㎏의 동판(銅版)으로 돼 있다.
현재 국내에는 4종류의 호조태환권 원판 가운데 3종류 12점만 남아 있는 실정이다. 국립고궁박물관에는 50냥, 10냥, 5냥 등 3종류의 호조태환권 원판 11점이,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에는 50냥 호조태환권 원판 1점이 보관돼 있다.
문화재청 국외문화재팀 관계자는 "미국에 밀반출된 10냥 지폐를 만들기 위한 호조태환권 원판은 우리 국가 재산이고, 그 가치를 값으로 따져 거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희천 서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호조태환권 원판은 조선 고종이 근대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잘 알 수 있는 귀중한 문화재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목수현 문화재 전문위원은 "1893년에 인천 전환국에서 발행한 지폐인 호조태환권 중 일부가 소각되지 않고 남아 있어 원판의 가치가 좀 떨어질 수 있겠지만 조선 말 개항 시기의 화폐사 연구에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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