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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반 형사의 '인생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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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반 형사의 '인생 변신'

입력
2013.01.15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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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7일 대구 성명여중. 박용호(57ㆍ인천 남동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경위가 강의실에 들어서자 학생들이 박장대소했다. 빨간색 두건에 검은색 선글라스를 쓴 박 경위의 우스꽝스러운 복장 때문이다. 전국 초중고교를 돌며 학교폭력과 범죄 예방 교육을 하고 있는 박 경위는 학생들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피에로 복장이나 여장도 마다하지 않는다.

박 경위는 1989년부터 인천 부평경찰서에 근무하면서 3년 연속 전국 강력범 검거 1위를 차지한 강력반 형사. 그러던 그의 인생은 92년 강력반에 붙잡혀 온 A(당시 고교 3학년)군을 만나면서 바뀌었다.

대입학력고사를 3개월 앞두고 집에서 공부하던 A군은 바람을 쐬러 나왔다가 열쇠가 꽂혀 있는 승용차를 우연히 발견했다. 호기심에 시동을 걸었다가 차량이 움직이자 당황한 A군은 결국 중앙선을 가로 질러 행인 2명을 쳤다. 겁이 난 A군은 현장에서 달아났지만 곧 덜미가 잡혔다. 피해자들은 합의금으로 5,000만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A군의 집에는 그만한 돈이 없었다. 합의가 되지 않자 A군은 구속될 처지에 놓였다. 학력평가 성적 전국 5위권, 서울대 진학을 바라보던 A군이었다.

박 경위는 A군의 구속만은 막아 보기 위해 탄원서와 서명을 받으러 학교를 쫓아다녔지만 소용이 없었다. 박 경위가 A군의 소식을 다시 들은 건 그로부터 2년 뒤. 학생들에게 돈을 빼앗다가 붙잡힌 A군의 남동생을 조사하던 중이었다. 박 경위는 "형을 만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달려간 한 집창촌에서 알코올 중독에 빠진 A군을 봤다. 박 경위는 "내가 너를 망쳤다"며 A군을 부둥켜안고 울었다. 그로부터 1년 뒤 박 경위는 동료로부터 A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큰 충격에 빠진 박 경위는 이를 계기로 다른 인생을 살아보기로 결심했다.

박 경위는 95년 청소년 2급 지도사 자격증을 딴 뒤부터 17년간 학교 1,000여곳을 찾아 다니면서 범죄예방 교육을 했다. 그는 15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A군과의 인연을 통해 범인을 많이 잡는 것보다 범죄 예방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인천=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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