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량' 신치용(58) 감독이 삼성화재와 5년 장기계약을 체결한 게 뒤늦게 밝혀져 관심을 끌고 있다. 신 감독은 지난해 7월 재계약 협상 과정에서 2017년 6월까지 계약을 연장했다. 이로써 1995년 11월 삼성화재 창단 때부터 지휘봉을 잡은 신 감독은 역대 프로 스포츠 사상 단일팀 최장수 사령탑으로 등극했다. 마침내 김응용(72) 한화 감독이 가지고 있던 단일팀 최장수(18년ㆍ해태) 사령탑 기록도 뛰어 넘었다. 19년째 삼성화재를 지휘하고 있는 신 감독은 '단일팀 20년 지휘'를 넘어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장수 사령탑에 도전하고 있다.
김응용 현역 복귀로 변수 생겨
프로 스포츠 사령탑 중 김응용 감독만이 신 감독과 비교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종목은 다르지만 사령탑 경력만 따진다면 신 감독도 '프로야구의 전설' 김 감독에게 뒤질 게 없다. 재계약 협상 과정에서도 미묘한 경쟁 의식이 반영됐다. 삼성화재는 신 감독에게 3년 계약을 제안했다. 하지만 신 감독은 '김응용 감독을 넘고 싶다'는 바람을 표현해 5년을 요구한 것. 삼성화재의 V리그 5연패를 이끈 그는 "김응용 감독의 최장수 사령탑 기록을 넘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구단에서 어렵게 받아줬다"고 말했다.
재계약 당시에는 신 감독이 5년 임기를 더해 23년을 채운다면 김 감독의 22년 프로 사령탑 기록을 넘어서는 전무후무한 업적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김 감독이 8년 만에 현역으로 복귀하는 변수가 생겼다. 김 감독이 한화와 2년 계약하는 바람에 신 감독은 2019년까지 계약을 한 번 더 연장해야 '최장수 사령탑'이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삼성화재가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고, 신 감독이 김 감독보다 14년이나 젊다는 점에서 충분히 해볼만한 도전이다. 이로 인해 '최장수 타이틀'을 놓고 벌이는 '용의 대결'은 새로운 흥미를 선사할 전망이다.
해외의 최장수 사령탑 사례를 보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28년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지휘하고 있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는 제리 슬로언 감독이 유타 재즈를 23년간 이끌었고, 메이저리그에서는 고(故) 코니 맥 감독이 50년간 필라델피아를 맡은 기록이 있다.
삼성가(家) 통 큰 베팅=성적
'사령탑=파리 목숨'으로 통하는 프로 스포츠에서 이례적인 '5년 장기 계약'이 뒤늦게 알려진 것은 삼성이 직접 신 감독과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임원급 사령탑은 회사 인사 팀과 계약을 하기에 구단 관계자들도 정확한 계약 내용을 알지 못했다. 삼성가(家)의 방침에 따라 임원이 아닌 전임 사령탑으로 전환됐지만 신 감독은 여전히 전무급 예우를 받고 있다.
신 감독은 삼성에서 가장 신뢰하는 사령탑으로 절대 권력을 위임 받아 팀을 통솔하고 있다. 삼성 스포츠단 종목 중 프로배구의 성적이 단연 으뜸이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슈퍼리그 시절에 삼성화재의 8연패(1997~2004)를 주도했다. 2005년 프로 출범 이후에도 8시즌 중 6차례나 챔피언에 올랐다. 우승 확률을 따진다면 어느 누구도 신 감독의 업적을 따라올 수 없다. 삼성화재는 '성적 지상주의'라는 프로의 세계에서 그야말로 '절대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삼성가(家)가 신 감독에게 '통 큰 베팅'을 한 이유도 성적과 연관이 깊다. 매년 만족할 만한 성적을 냈기 때문에 프로배구에서 드문 5년 계약이 가능했다. 프로야구에서도 삼성은 파격적인 제안으로 좋은 성과를 내왔다.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5년 계약을 이뤄낸 것도 김응용 감독이다. 삼성은 성적으로 보답하자 선동열 현 KIA 감독에게도 2004년 가을 5년 계약한 데 이어 2009년 시즌 종료 후에도 5년 계약을 했다. 사령탑에게 구단 운영의 전권을 주고 팀을 리빌딩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지원을 보장해주자 선순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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