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동안 대법원 구두변론 시간에 한 마디도 하지 않던 미국 대법관이 돌연 입을 뗐다. 화제의 주인공은 클래런스 토머스 연방 대법관. 그는 2006년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열린 한 재판에서 마지막으로 질문을 한 이후 최근까지 침묵을 지킨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입을 연 것은 14일 한 남성의 항소심 재판을 앞두고서다.
토머스 대법관은 본격적인 구두변론에 앞서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과 함께 이 남성의 변호인 2명이 각각 예일대와 하버드대 로스쿨 졸업생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던 중이었다.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스캘리아 대법관이 하버드 출신 변호인을 두고 "대단하군"이라고 농담을 던지자 토머스 대법관은 갑자기 "글쎄, (변론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라고 받아쳤다. 예일대 로스쿨 출신인 토머스 대법관이 라이벌 격인 하버드 로스쿨을 장난스럽게 비하한 것. 토머스의 농담에 재판장은 웃음바다가 됐고 재판을 방청하던 기자들은 7년 만에 침묵을 깬 그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1991년 당시 조지 H 부시 대통령에 의해 미국 역사상 두 번째 흑인 대법관이 된 그는 초기에는 자주 질문을 던졌으나 2006년 이후 돌연 침묵하면서 관심을 끌었다. 그는 자신이 말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구체적인 해명을 한 적은 없지만 원인을 추측할 수 있는 발언을 한 적은 있다.
그는 2000년 일부 학생들을 상대로 자신이 조지아주 핀 포인트 출신으로 남부 서배너 인근 동네에서 할머니 손에 자랐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어린 시절 사투리를 쓰며 자랐는데 학교 다닐 때 동료가 놀리기도 했다"며 "그때부터 듣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했고, 대학과 법과대학원에 진학해서도 거의 질문을 하지 않고 지냈다"고 말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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