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18일 네덜란드에서 유럽연합(EU)과의 관계 재설정에 관한 구상을 밝힌다. 회원국이 EU의 주요 권한을 회수하도록 EU협정(리스본협정)의 재협상을 요구하는 한편 이를 국민투표에 부쳐 국론으로 삼겠다는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보수당 정부가 사실상 EU 탈퇴 절차에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캐머런 총리는 앞서 14일 BBC 라디오를 통해 "유럽과의 새로운 합의를 바라며 이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구할 것"이라며 연설 일정을 밝혔다. 총리 대변인은 "총리가 EU의 발전 방향 및 영국과의 관계설정 방향을 제시하며 EU의 미래에 대한 견해를 밝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캐머런이 회원국보다 자국 빈곤지역 지원이 우선돼야 하고 근로시간은 국가별로 탄력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로 지방 지원 및 고용정책 결정권 회수를 주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자국 어민 보호와 사법주권 강화를 위해 어업ㆍ사법 정책 이관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했다.
캐머런은 국민투표 계획과 관련해 "EU 회원국 지위 유지 여부를 묻는 것은 현재로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이라면서도 "EU를 떠난다고 영국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며 국익에 따라 다른 길을 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투표 의제를 EU 탈퇴 여부로 전환할 여지를 남긴 셈이다. 영국 언론들은 야권이 EU 탈퇴에 반대하고 있어 보수당이 2015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둬야 국민투표를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외신들은 캐머런이 네덜란드를 연설 장소로 택한 점에 주목하며 영국이 반EU 진영의 동맹국을 끌어들이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네덜란드는 지난해 총선 국면에서 EU의 재정협약 및 유럽통합에 부정적인 급진좌파 정당이 급부상하는 등 EU 반대 여론이 높다. 친유럽 성향의 마크 뤼테 총리 역시 "사안에 대한 기본적 결정권은 개별 정부에 남겨둬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캐머런과의 공조도 긴밀하다. FT는 그러나 네덜란드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네덜란드는 EU 창립국이자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소속으로 영국과는 근본적으로 입장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당초 지난달 예정됐던 캐머런 연설은 이달 22일로 연기됐다가 다시 앞당겨졌다. 22일에는 독일 베를린에서 엘리제조약(독일ㆍ프랑스 우호조약) 체결 50주년 기념식이 열리기 때문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날 캐머런이 연설하는 것을 불편해 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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