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뮤지컬페스티벌은 창작 뮤지컬 중 최우수작 한 편을 예그린 앙코르라는 이름으로 이듬해 충무아트홀 무대에 올려준다. 지난해 수상작인 '여신님이 보고 계셔'가 15일 이 극장에서 개막했다. 이 작품을 포함해 지난해 예그린 앙코르 최종 경쟁 부문에 오른 5편 중 4편이 같은 요람에서 태어났다. CJ문화재단의 창작 지원 프로그램인'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가 그것이다. 연극과 뮤지컬의 신인 창작자들이 머리 속의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완성할 수 있도록 작품 개발 과정부터 무대에 선보이는 것까지 지원하는 제도다.
이처럼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지원 방식이 최근 수년 사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연극과 뮤지컬의 창작 인큐베이터로서 성과를 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08년 시작한 '창작팩토리'사업을 효시로 CJ문화재단, 두산아트센터, 남산예술센터, 한국공연예술센터 등이 신인 발굴과 작품 개발을 지원하는 제도를 운영, 좋은 작품의 산파 역할을 하고 있다.
창작 팩토리 사업은 대본 공모, 시범 공연, 우수작 제작, 우수작 재공연에 이르는 단계별 지원이 가장 큰 특징이다. 2011년 한국 연극 베스트 7에 꼽힌 '미친 극'은 2008년 대본 공모에 선정된 뒤 2009년 우수작 제작 지원, 2011년 우수작 재공연 지원을 받아 다듬어진 작품이다. 대한민국연극 대상 등 여러 상을 휩쓴 연극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 대학로 무대에서 앙코르 공연 중인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도 각각 대본 공모 단계부터 시범 공연을 거쳐 정식 공연까지 지속적인 지원을 받았다.
한국공연예술센터가 운영하는 '봄 작가, 겨울 무대', 서울연극협회 등이 주관하는 '공연예술 인큐베이팅'도 젊은 창작자를 위한 국고 지원 사업이다. '봄 작가, 겨울 무대'는 신춘문예로 등단한 극작가들에게 신작을 맡겨 워크숍과 독회, 연습을 거쳐 무대에 올리고, 그 중 최우수작을 이듬해 재공연한다. '공연예술 인큐베이팅'은 선정된 연출가와 극작가에게 1 대 1 멘토를 붙여 창작을 지원하고 시연회를 거쳐 정식 무대에 올린다.
민간 차원에서는 CJ문화재단과 두산아트센터가 적극 나서고 있다.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는 신작 개발에 중점을 두는 반면 두산아트센터는 창작자를 선정해 3~5년간 지원한다. 작품 구상부터 무대에 올리기까지 차근차근 지원하는 게 공통점이다.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의 뮤지컬 부문은 이미 여러 편의 수작을 탄생시켰다. 아직 미숙한 신인들에게 전문가 조언부터 연습실과 배우까지 지원해 완성도를 높이고, 무대 세트나 의상을 최소화한 리딩 (readingㆍ대본과 악보 읽기) 공연으로 일반 관객에게 소개함으로써 검증 받을 기회를 준다. 이런 과정을 거쳐 태어난 뮤지컬 17편 가운데 4편이 상업 무대의 정식 공연으로 가는 데 성공했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에 앞서'모비딕' '풍월주''헬로 파인데이'가 정식 무대를 밟았다. 창작 초연인데도 '모비딕'은 연일 매진을 기록했고, '풍월주'는 '풍월주 앓이'를 호소하는 매니아 관객을 모았다. '헬로 파인데이'가 리딩 무대에서 정식 공연으로 가는 데는 1년도 안 걸렸다. 2011년작 '사랑을 포기한 남자'와 2012년작 '비스티 보이즈'는 올해 하반기 정식 공연을 앞두고 있다.
두산아트센터의 창작자 육성 프로그램은 단발성이 아닌 장기 지원 방식을 통해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는 안정적인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 연극 베스트 3에 꼽힌 '목란언니'는 이 제도가 선정한 젊은 극작가 이은성의 작품이다. 시범공연과 워크숍을 거쳐 신작을 소개하는 두산아트랩도 실험적인 작품 발굴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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