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외를 막론하고 빼어난 가드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고 있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는 올 시즌 LA 클리퍼스의 돌풍이 화제다. 지역 라이벌 LA 레이커스에 늘 밀렸던 클리퍼스는 15일(한국시간) 현재 29승9패를 기록, NBA 30개 팀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승률을 올리고 있다. 클리퍼스 돌풍의 핵은 포인트 가드 크리스 폴(28ㆍ183㎝)이다. 현란한 드리블과 송곳 패스로 장대 숲을 무력화시킨다.
프로농구에서는 SK(25승6패)가 정규 리그 우승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SK 선두 질주의 일등공신은 김선형(25ㆍ187㎝)이다. 올 시즌 포인트 가드로 전업한 그는 경기당 12.1점, 4.3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 결정력 높은 플레이를 성공시키는 '강심장'이 돋보인다.
반면 삼성은 야전 사령관의 부재로 지난 시즌부터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시즌 최하위로 추락하며 '전통 명가'의 자존심을 구긴 삼성은 올 시즌에도 힘겨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4일 현재 13승18패로 LG와 공동 7위를 달리고 있는데 9위 동부(13승19패)의 최근 상승세가 무섭다.
지난 시즌 삼성의 몰락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드진의 거듭된 부상으로 '조타수'를 잃은 영향이 컸다. 주전 포인트 가드 이정석(31ㆍ183㎝)이 시즌 초반 왼 무릎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고, 긴급 수혈한 김승현(35ㆍ178㎝)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올 시즌에도 '가드난'은 이어졌다. 김승현이 개막에 앞서 목 디스크로 수술대에 올랐고, 이정석은 지난달 오른 무릎 인대를 다쳤다. 황진원(35ㆍ188㎝)마저 지난달부터 허리 부상으로 코트에 서지 못했다. 11승9패로 공동 4위까지 올랐던 순위는 포인트 가드진의 집단 부상 이후 급속도로 추락했다. 최근 11경기에서 2승9패의 참담한 성적에 머무르며 플레이오프 진출의 커트라인에서 조금씩 밀려났다.
그러나 반전의 모멘텀이 만들어졌다. 거듭된 가드 난으로 가쁘던 숨통이 트이게 됐다. 10일 LG전(92-83)에 이정석이 복귀했고, 김승현이 13일 동부전(55-59)에서 315일 만에 코트를 밟았다. 황진원도 팀에 합류해 출전 명령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물론 부상에서 복귀한 만큼 세 사람 모두 정상적인 컨디션은 아니다. 그러나 산전수전 겪은 이들은 합류 만으로 팀에 큰 힘이 되기에 충분하다. 팀 성적 부진으로 젊은 선수들의 자신감을 회복시키는 요소가 된다.
삼성은 올 시즌 초반부터 '1월 이후에 승부를 건다'는 목표를 세웠다. 6강행이 가려지는 시즌 막판 베테랑의 관록을 무기 삼아 총력전으로 반격에 나선다는 전략이었다. 총력전에 나설 채비는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 이제 응집력과 집중력이 필요할 때다. 삼성이 플레이오프 진출로 '명가'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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