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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범 제친 제2의 모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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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범 제친 제2의 모태범

입력
2013.01.15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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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물건'이 나왔다. 주인공은 단국대 4학년 김성규(21)다. 179㎝, 70㎏의 김성규는 대학교 새내기 시절부터 4학년 때까지 각종 대회 우승컵을 독식했다. 졸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요즘엔 다수의 실업팀들로부터 입단 제의를 받고 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감독을 맡았던 김관규 대한빙상경기연맹 전무는 15일 "김성규는 미래의 한국 단거리를 이끌어 갈 재목이다. 현재 모태범(24ㆍ대한항공)과 함께 몸 상태가 가장 좋다"고 말했다.

논바닥에서 스케이트를 타던 아이

김성규는 경기도 양주시 백석읍 출신이다. 초등학교 때만 해도 빙상 지원이 전무했던 곳이었다. 주변에 스케이트부를 갖고 있던 학교도 없었다. 김성규가 처음 스케이트를 신은 장소 역시 정식 스케이트장이 아니었다.

"스케이트 선수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친구를 따라 스케이트장에 갔는데 거기서 흥미를 느꼈습니다. 그런데 그 때 갔던 스케이트장이 동네 논바닥을 얼린 곳입니다. 1,000원을 내고 스케이트를 빌렸죠."

스케이트 선수가 된 것은 1년 뒤, 5학년 때였다. 김성규를 눈 여겨 본 백석초등학교에서 스케이트부를 창설하기로 한 것이다. 김성규는 또래 친구들 3명과 함께 제1기 멤버가 됐다. 이후 백석중, 백석고교에 진학하면서도 친구들과 함께 스케이트부를 만들었다.

"사실 고1때까지는 그저 그런 선수였습니다. 초ㆍ중ㆍ고 모두 백석의 1기 멤버라는 사실은 뿌듯했지만 우승 경험은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고2때 갑자기 순발력이 좋아졌고 첫 우승을 했습니다. 점프 훈련을 많이 했는데 그 효과(순발력 향상)를 본 것 같습니다."

철벽 5인방을 뚫고 태릉에 입성

이미 고2때 한 살 많은 형들을 꺾었던 김성규는 대학에서도 2,3학년 선배들을 잇달아 제압했다. 고교 시절 37초 후반대였던 기록을 2초나 줄였고 태릉과 양주, 단국대를 쉼 없이 오갔던 어머니의 정성이 더해졌다. 키와 몸무게는 각각 2㎝, 3㎏가 늘어나 신체조건도 좋아졌다.

그러나 모든 선수들의 염원인 태릉 입성은 쉽지 않았다. 도무지 무너질 것 같지 않는 '철벽 5인방'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을 이끌고 있는 모태범과 이규혁(35ㆍ서울시청), 이강석(28ㆍ의정부시청), 이기호(29ㆍ용인시청), 문준(31)이 몇 년째 태릉을 굳게 지켰다.

"꿈이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이곳(태릉)에 오는 걸 간절히 바랍니다. 어렸을 때는 과연 저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태릉에 들어갈 수 있을까 걱정도 됐죠. 그러다 대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태릉선수촌에 왔고, 지금은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김성규는 "이규혁, 모태범, 이강석의 노련한 경험과 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특히 "이규혁 선배는 기술과 기록 모든 게 완벽하다. 존경하는 분"이라며 "연습 때 이규혁 선배 뒤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내 자신이 자랑스럽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김성규는 "모태범 선배를 만든 게 이규혁 선배다. 지금 내가 하는 것처럼, 예전에는 모태범 선배가 이규혁 선배 뒤에서 연습을 했다"며 "언젠가는 이규혁 선배를 넘고 싶다"고 했다.

"평창보다 소치 올림픽에서 금메달 따고 싶다."

김성규는 지난달 열린 스프린트 선수권대회 남자 500m에서 모태범을 제쳐 빙상관계자를 깜짝 놀라게 했다. 1차 레이스에서는 35초81로 2위에 올랐지만 2차 레이스 35초77의 기록으로 35초82의 모태범을 꺾었다. 아직은 지구력이 부족하고 코너워크에서 노련미가 떨어진다는 평가지만,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꺾을 만큼 순발력은 타고 났다.

"모태범 선배가 월드컵 대회를 많이 치러 체력이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제가 운이 좋았죠. 그래도 처음으로 먼저 결승선을 끊으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많은 코치님들이 지적해주시는대로 코너워크에 더 신경 쓰도록 하겠습니다. 전체적인 근육량도 더 늘려 파워도 보강할 계획입니다."

김성규의 개인 최고 기록은 작년에 세운 35초71이다. 아직까지는 이 부문 세계신기록 보유자인 캐나다의 제레미 워더스푼(34초03)에 한참을 못 미친다. 적어도 34초 후반대의 기록을 세워야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이 생긴다. 모태범도 밴쿠버 올림픽에서 1차 시기와(34초92), 2차 시기(34초90) 모두 34초 후반대에 끊었다.

하지만 기복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김성규는 스타트가 워낙 좋아 100m 구간까지는 항상 자신이 있다. "작년 보다 올해 성적이 좋아지고 있어 고무적입니다. 일단 35초 초반대까지 기록을 단축하는 게 1차 목표입니다."

최종 목표는 올림픽 메달이다. 빙상관계자들은 김성규를 2018 평창올림픽 금메달 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본인의 생각은 달랐다. "평창이요? 2014 소치올림픽 밖에 안 보입니다. 무조건 소치에서 메달을 따고 싶습니다. 물론 금메달이면 더욱 좋겠죠. 소치 올림픽에 이어 평창까지, 2개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게 제 꿈입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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