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6명 희생 자리에 고작 주차장이라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6명 희생 자리에 고작 주차장이라니…"

입력
2013.01.14 17:34
0 0

"차라리 번듯한 건물이라도 들어섰으면 이렇게 허망하진 않을 겁니다. 4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허허벌판입니다."

14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옛 남일당 건물 일대를 다시 찾은 '용산참사'유족 정영신(41)씨는 4년여가 지났지만 아직도 빈 공터로 남아있는 현장을 보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 날의 악몽이 생각나 일부러 이 곳을 찾지 않는다는 정씨는 오는 20일 4주기를 맞은 현장을 둘러보고 "공터가 된 남일당 터를 보는 것 자체가 유가족에게 고문"이라고 했다. 정씨는 용산 참사 때 숨진 이상림(당시 72세)의 며느리이자 징역 4년 4월을 선고 받고 수감중인 이충연(41) 용산철거민대책위원장의 아내다.

용산 남일당 건물 망루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던 2009년 1월20일 이후 남일당 건물 일대 용산 4구역의 시간은 멈춰 있었다. 철거민들이 농성을 벌였던 남일당 건물을 비롯해 정씨 가족이 운영하던 레아호프 등 일대 가게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빈 터에는 그날의 아우성과 긴장감은 온데간데 없이 적막함만 감돌았다. 남일당 공터 옆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모(55)씨는 "누가 참담한 사고가 일어났던 곳이라고 상상이나 하겠느냐"면서 "지금 저 빈자리를 보며 그때 투쟁하면서 알고 지냈던 이웃들이 생각나 가슴이 먹먹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남일당 건물은 철거됐지만 추가분담금 문제로 사업추진이 지연된 이후 용산 4구역 재개발 사업은 올 스톱 상태다. 이곳에는 42층짜리 주상복합 건물 5동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정씨는 표식 하나 없는 공터로 걸어 들어가며 "금은방이 이쯤, 레아호프는 건너편 저쪽"이라고 정확히 짚어냈다. 정씨가 손으로 가리키는 곳마다 2m 높이의 철제 펜스가 둘러져 있었다. 주차장으로 변한 남일당 건물 공터는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철거민들과 대치했던 철거용역 직원들이 주차장 영업을 하고 있었다.

출퇴근 길에 하루에 한번씩 남일당 건물을 지나친다는 고 양회성(당시 58세)씨의 부인 김영덕(58)씨도 애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김씨는 "이 곳을 지날 때마다 참사가 일어나기 전 남편이 집을 나서면서 했던 말들이 떠올라 가슴이 미어진다"며 "진상은 하나도 제대로 규명된 게 없고 이곳은 허허벌판으로 방치돼 있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용산참사 4주기 범국민추모위원회(추모위) 간사를 맡고 있는 정씨는 "눈 앞의 현실은 절망적이지만 이대로 앉아만 있을 수는 없지 않겠냐"며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용산 참사 진상 규명과 함께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강제퇴거금지법 제정을 요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국철거민연합, 홈리스행동, 빈민해방실천연대 등의 단체로 구성된 추모위는 14일 오전 추모주간 선포기자회견을 시작으로 20일까지 추모행사를 진행한다. 15일 개발지역 순회, 16일 추모콘서트, 17일 강제퇴거 증언대회를 하고 19일에는 서울역 광장에서 범국민 추모대회를 열 예정이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