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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 보고' 찔끔 브리핑… 국민과의 소통부족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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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 보고' 찔끔 브리핑… 국민과의 소통부족 불러

입력
2013.01.1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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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통 인수위' '깜깜이 인수위'.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비판할 때 자주 쓰이는 표현들이다. 대통령직인수에 관한 법률에는 인수위의 업무를 ' 새 정부의 정책기조를 설정하기 위한 준비' 등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누구 하나 속 시원히 새 정부의 밑그림을 설명해주는 인사가 없기 때문에 이 같은 지적이 나온다.

대선 공약과도 어긋나는 보안제일주의

자칭 '인수위 단독 기자'라는 윤창중 대변인은 애초 부처별 업무보고 브리핑을 하지 않으면서 "설익은 정책 발표로 국민 혼란을 야기한 과거 인수위의 잘못된 관행을 반듯하게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노(No) 브리핑' 비판이 거세지자 인수위 진영 부위원장은 13, 14일 부처별 업무보고 브리핑에 나섰지만 제목 나열 수준에 그쳐 '찔끔 브리핑' 논란만 불러일으켰다. 그럼에도 윤 대변인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방식"이라고 선전했다. 두 사람은 이날 두 차례 브리핑 후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추가 답변 없이 회의장을 빠져나가기에 급급했다. 한 인수위원은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예산 확보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었느냐'는 원론적 질문에도 "모르겠다. 까마귀 고기를 먹어서 …"라고만 답변했다.

이처럼 인수위가 '철통 보안'만 강조하다 보니 정책 소비자인 국민과의 소통 및 피드백 과정이 차단된다는 지적이 많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실제 정책화와는 별개인 업무보고조차 설명하지 않는 건 '공개ㆍ공유ㆍ협치'라는 정부3.0 공약을 내세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구상과도 어긋난다"며 "차기 정부의 예고편인 인수위가 과거 인수위원들이 차 사고를 냈다고 차 운전을 하지 않겠다는 식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수위 관계자도 "현재의 인수위 운영 방향은 맞다"면서도 "박 당선인 생각과 비슷한 정책은 어느 정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철통 보안 인사 계속되면 '권위주의 회귀' 우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부터 지속된 박 당선인의 철통 보안 인사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이미 인수위 첫 인사인 윤 대변인에 대해 여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제기됐고 청년특위 일부 위원 인사의 비리 의혹도 거론됐다. 최대석 인수위원의 돌연 사퇴로 첫 인수위원 중도하차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인수위원들은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하기에만 급급해 각종 설만 무성한 상태이다.

파워게임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보안 인사는 필요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지나치게 보안을 내세울 경우 '밀봉 인사' 논란이 재점화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검증 부실로 인해 새 정부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인수위 내부에선 차기 정부 인선과 관련해 "당선인 비서실과 청와대가 함께 검증하고 있지 않겠느냐. 하지만 누가 어디서 하는지는 모르겠다"는 추측성 언급만 나오는 실정이다. 함성득 고려대 교수(대통령학)는 "총리와 내각, 청와대 비서실장 인선까지 지금 같은 방식으로 하면 신권위주의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인수위 컨트롤타워가 없다

전문가들은 인수위를 기획ㆍ조정하고 내부 잡음을 수습할 컨트롤타워 부재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인수위원 중에는 교수 출신이 16명이나 되는 만큼 정무 감각이 떨어지고 탁상공론에 치우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인수위원들은 '함구령'을 지키더라도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과 대변인의 역할을 강화해 내실 있게 정책 브리핑을 하고 내부 조율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진 경기대 교수(대통령학)은 "실세형 중간관리자와 대변인이 정책 가이드라인과 인수위의 방향을 제시해야 박 당선인에게도 부담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 교수도 "학자들이 실무 경험이 없는 만큼 당 정책위의장인 진 부위원장 등이 적극적 역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수위의 9개 분과위원들이 유기적으로 협조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이날 진 부위원장은 두 차례 업무보고 브리핑에서 한미원자력협정 등에 대한 인수위 입장을 묻는 질문에 "제가 회의에 안 들어가서…"라는 말을 자주 했다. 이는 박 당선인이 "모든 부처가 물 흐르듯 소통으로 연계되고 업무가 중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칸막이' 해소를 강조한 것과 거리가 있다. 최 교수는 "내부 정보를 공유하지 않을 경우 업무 중첩과 파워게임으로 두세 배의 에너지가 더 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부처 보고에 무조건 경고는 위험

박 당선인은 정부 부처들의 일부 보고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 공약인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 부담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예산 문제 지적과 병사 복무 기간 단축 시 전투력 약화 등을 우려한 국방부의 보고가 대표적이다.

물론 박 당선인의 공약 이행 의지는 평가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부처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정부 부낡?현실을 고려해 보고한 것이라면 열린 마음으로 이를 참고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밀어붙이기식으로 입을 막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도 "우리라고 새 정부에 잘 보이고 싶지 않겠느냐. 하지만 예산 등을 꼼꼼히 따져 보는 일은 새 정부의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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