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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시연회 열린 향원정… 태종이 매사냥 즐기던 낙천정… 누각과 정자에 담긴 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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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시연회 열린 향원정… 태종이 매사냥 즐기던 낙천정… 누각과 정자에 담긴 일화

입력
2013.01.14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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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귀국(조선)에서 와서 세 가지 장관을 보았소. 경회루 돌기둥에 종횡으로 그림이 새겨서 나는 용의 그림자가 푸른 물결 붉은 연꽃 사이에 보였다 안 보였다 하니, 이것이 한 가지 장관이요…."

1477년(성종 8년)에 경복궁을 방문한 유구국(琉球國ㆍ일본 오키나와 현 일대에 있던 독립 왕국으로 1879년에 일본에 강제 병합됨)의 사신은 경회루의 용 그림자를 보고 조선의 세 가지 장관 중의 하나라며 이렇게 말했다. 경회루는 조선시대 누정(누각과 정자) 건물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목조 건축의 백미로 꼽히는 건축물이다. 조선을 찾는 외국 사신들한테 연회를 베풀던 공식 연회장도, 단종이 세조에게 옥새를 넘겨준 곳도 바로 이 곳이다.

서울시 시사편찬위원회(위원장 신형식)는 서울 역사의 대중화를 위해 펴낸 '내 고향 서울' 시리즈 제 8권으로 '서울의 누정'을 발간했다고 14일 밝혔다. 책에는 서울에 현존하는 것뿐 아니라 기록에서 찾을 수 있는 88개 누정의 역사와 문화, 일화는 물론 누정의 경치를 배경으로 지은 한시와 번역문 등이 수록돼 있다.

2011년 방영된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의 배경이 된 광진구 자양동에 위치한 '낙천정'(1991년 복원)은 1419년 지어진 태종의 별장으로, 왕위를 세종한테 물려준 뒤 태종이 상왕으로 지내면서 말년을 보낸 곳이다. 태종은 이 곳에서 아들 세종과 만나 종종 매 사냥을 즐겼으며, 세종 1년 대마도를 정벌한 뒤 축하연을 벌인 곳이기도 하다. 의 '낙천지명고불우(樂天知命故不憂ㆍ천명을 알아 즐기노니 근심하지 않는다)'에서 이름을 따 왔다.

경복궁 내 '향원정'은 우리나라 피겨스케이팅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장소다. 1894년 향원정 연못에서 선교사들이 고종과 명성황후가 지켜보는 가운데 최초의 피겨스케이팅 시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연꽃 향기가 멀리까지 간다는 뜻으로 왕실의 사적인 공간이었던 이 곳은 국내 처음으로 전깃불이 밝혀진 장소. 또 명성황후가 일제에 의해 시해된 후 불탄 시신의 잔해가 향원정 연못에 뿌려진 비극의 현장이기도 하다.

창덕궁 내 '존덕정'도 화려함으로 따지면 빼놓을 수 없다. 창덕궁 후원의 가운데에 위치한 이 곳 천장에는 청룡과 화룡이 여의주를 물고 있는 모습이 마치 살아 있는 듯하다. 정조가 지은 '만천명월주인옹자서((萬川明月主人翁自序)'라는 글귀의 현판이 걸려 있는데, 정조의 호인 '만천명월주인옹'은 온 세상의 주인이 곧 자신이라는 뜻으로 그의 정치적 이상을 기록한 것이라고 한다.

이 밖에 여류시인들이 모여 한시문학을 꽃피웠던 '삼호정', 인조반정의 정당성을 의미하는 '세검정', 조선시대 이별의 장소인 '천연정' 등 88개 누정의 역사와 문화, 일화가 소개돼 있다. 책은 서울도서관 북카페(02-2133-0305)와 정부간행물센터에서 한정판으로 구매할 수 있고, 3월 이후에는 시사편찬위 홈페이지에서 전자책으로도 볼 수 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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