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말리 내전 군사개입에 정치인생을 걸었다. 올랑드가 이를 계기로 결단력 있는 지도자로 변신에 성공할지, 아니면 리비아 공습 성공에도 불구하고 재선에 실패한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지 주목된다.
외신들은 이번 군사개입이 높은 실업률, 동성결혼 합법화 논란 등 내부 문제로 지지도가 크게 떨어진 올랑드 정부에 일시적 호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지 일간 르 파리지앵은 "사르코지에게 리비아가 있었다면, 올랑드에게는 말리가 있다"며 말리 군사개입이 올랑드의 정치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뉴욕타임스는 우유부단한 성격 탓에 '플랑비(부드러운 캐러멜 푸딩의 브랜드 이름)'라 불렸던 올랑드가 말리 군사개입으로 강력한 지도자상으로 이미지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보수 야당인 대중운동연합의 장 프랑수아 코페 대표도 "급진 이슬람주의 반군에 대한 공습은 국제적으로 합법적"이라고 지지했다.
올랑드는 군사개입의 이유로 급진 이슬람주의 테러세력 소탕과 말리 거주 프랑스인 보호 등을 내세웠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올랑드가 지난해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아프가니스탄 조기 철군을 강행한 것을 생각하면 이번 결정은 이례적이라고 말한다. 이 때문에 이슬람 세력이 말리를 장악할 경우 아프리카 내 프랑스 이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근본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프랑스는 유럽국가 중 유일하게 아프리카에 군대를 파견하고 있다. 서아프리카를 식민 지배했던 프랑스는 아프리카 국가들로부터 석유 등 천연자원을 얻는 한편 자국의 기업 진출을 도모하는 밀월을 뜻하는 '프랑사프리크(프랑스와 아프리카를 뜻하는 합성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 도하센터의 아멜 부브쾨르 연구원은 "올랑드가 중국 등 다른 나라의 아프리카 진출을 견제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말리의 정치 안정화와 출구전략에 대한 계획없이 내전에 개입한 것은 성급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본토와 자국민에 대한 테러 위협도 부담이다. 안사르딘 등 말리 반군 내 이슬람 무장단체들은 서아프리카의 프랑스인을 상대로 보복 위협을 가하고 있다. 반군조직인 서아프리카지하드통일운동의 아부 다르다르는 "프랑스가 이슬람을 공격했다. 우리는 프랑스 심장을 치겠다"고 14일 경고했다. 프랑스는 자국 영토에 대한 테러 위협을 최고 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외신들은 프랑스군의 인명피해가 커지고 말리 내전이 장기화하면 올랑드의 전격적 군사개입이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미니크 드 빌팽 전 총리는 "복잡한 이권으로 신뢰할 만한 파트너가 없는 말리의 군사작전은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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