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산 뮤지컬 '레베카'가 12일 개막, 기립박수를 받으며 올해 대작 뮤지컬 행진의 테이프를 끊었다. 한국 초연인 이 작품은 앞서 국내 무대에 소개된'모차르트!'와 '엘리자벳'으로 알려진 뮤지컬 콤비,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68)와 극작가 미하엘 쿤츠(70)의 공동작업으로 태어난 또 하나의 화제작이다. 세 편 모두 한국에서는 로버트 요한슨이 연출했다.
13일 공연을 본 작곡가 르베이는 "어떤 '레베카'보다 훌륭한 최고의 프로덕션"이라며 대만족을 표시했다. 이번 '레베카'는 라이선스 공연이지만 대본과 음악만 그대로 가져다 쓰고 의상, 조명, 연출 등을 달리 한 한국 버전이다.
"주연 배우, 앙상블, 무대세트, 연출 모두 아주 좋습니다. 배우들은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무대에서 '살고' 있어요. 객석의 뜨거운 반응도 과장이 아닌 진심이 느껴져요."
히치콕의 영화로도 유명한 '레베카'는 아름다운 대저택을 떠도는 무거운 비밀과 사랑, 음모가 겹치며 긴장감을 자아내는 로맨틱 스릴러다. 죽은 레베카의 어두운 그림자를 안고 사는 남자 막심, 레베카를 숭배하며 대저택을 지배하는 집사 댄버스 부인, 사랑하는 막심과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 댄버스 부인과 맞서는 나를 세 꼭지점으로 극이 펼쳐진다.
르베이의 음악은 으스스한 공포부터 감정의 미묘한 변화까지 잘 표현하고 있다. 노래는 귀에 쏙 들어온다. 특히 새 안주인을 거부하며 댄버스 부인이 울부짖듯 부르는 노래'레베카'는 차가운 전율로 관객을 꼼작 못하게 만든다. 가장 열광적인 박수가 이때 터진다.
"그 노래는 앉아서 써야지 하고 쓴 게 아니라 댄버스 부인을 생각하니까 저절로 떠올랐어요. 좋은 선율을 쓰고 싶지만, 기억에 남을 노래를 만들려고 매달리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작곡에 한계가 생기거든요."
르베이와 쿤체는 1991년 '마녀들'부터 2006년 '마리 앙투아네트'까지 5편의 뮤지컬을 함께 만들었다. 팝음악에 종사하던 20대 청년 시절 작곡ㆍ작사가로 만나 40년째 친구이자 동료로서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 왔다. 1975년 그래미상을 받은 '플라이 로빈 플라이'를 비롯해 많은 히트곡을 만들어낸 콤비다.
"뮤지컬에서 우리만큼 긴밀하고 오래된 파트너는 없습니다. 매우 특별한 관계이고 행운이라고 할 수 있죠. 눈빛만 봐도 통해요. 창작에는 비판이 중요한데, 서로 마음에 안 드는 것을 이야기해도 모욕감 없이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서 좋습니다."
이번 '레베카'는 한국의 EMK뮤지컬이 제작했다. 유준상 류정한 오만석 옥주현 등 내로라 하는 뮤지컬 스타들이 출연하고 있다. LG아트센터에서 3월 31일까지 공연한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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