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주요 민생공약인 '하우스푸어 대책'의 구체적 시행안이 가닥을 드러내고 있다. 가격 하락으로 집을 팔아도 대출금을 갚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원리금 상환에 허덕이는 하우스푸어 구제를 위한 틀은 유지하되, 정부의 직접 개입을 최소화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구제금융의 딜레마인 채무자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막고, 금융 질서의 훼손을 최소화 하기 위한 보완인 셈이다.
오늘 대통령직인수위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업무보고를 앞두고 알려진 보완책의 핵심은 채무 가계와 채권 금융사 간의 워크아웃(채무재조정)이다. 당초 박 당선인 공약의 핵심은 하우스푸어 주택에 대한 지분매입제도다. 원리금 상환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가계로부터 특수목적법인(SPC)이 주택지분을 매입하고, 이 채권을 공공기관이 자산유동화증권(ABS) 형태로 사주는 식이다. 가계는 매각주택 지분가격만큼 목돈을 조달해 대출금을 일부 갚음으로써 원리금 상환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정부 재정으로 사적(私的) 채무 해결에 나서는 구도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새 방식은 지분매입제도의 틀을 살리면서, 그 전후에 가계와 금융사가 각각 채무불이행과 부실대출에 대한 책임을 분담토록 한 것이다. 우선 워크아웃을 통해서는 금융사(채권단)가 자율적으로 대출금 상환을 유예하거나, 원금 일부를 탕감하게 된다. 이후 가계도 공공기관 등에 주택지분을 팔 때 시가 대비 20~30% 할인된 가격으로 매각함으로써 책임을 분담하는 구조다.
인수위와 정부는 이런 식의 대책을 가동할 경우 대출금을 집값(담보가치)으로 나눈 담보인정비율(LTV)이 70~80%를 넘는 '깡통주택' 4만~19만 가구가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 정도만 돼도 경기회복 지연 및 부동산시장 침체에 따른 가계부채발 위기를 방지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우스푸어 가계의 고통과 위기를 충분히 이해하지만, 정부가 해결사로 전면에 나서는 건 되도록 절제돼야 옳다. 공약에 일부 문제가 있다면 수정ㆍ보완을 꺼릴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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