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이 영유권 분쟁을 빚는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ㆍ釣魚島) 주변 동중국해에서 10일 중국 전투기가 미군기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일촉즉발의 사태가 빚어졌다고 산케이(産經)신문이 14일 보도했다. 중일 간 마찰이 미국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신문에 따르면 중국군은 10일 동중국해 상공에 전투기를 긴급 발진, 미 해군 P-3C 잠수함 초계기와 미 공군 C-130 수송기를 한동안 뒤쫓았다. 당시 미군기는 일본이 설정한 중일 중간선 부근을 비행하고 있었다. 이날 출격한 중국 전투기는 젠(殲)-10과 젠-7로 추정된다. 신문은 "중국 전투기가 당시 미 해군 전자정찰기 EP-3를 뒤쫓았다는 정보도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지난해 9월 일본이 센카쿠 일대 3개 섬을 국유화한 이후 군용기 윈(運)-8을 부근에 보내 정보를 수집해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 집권 후에는 정찰비행과 전투기 발진 등 대응단계를 높이고 있다. 특히 9일 일본 정부가 중국 군용기 등의 센카쿠 접근에 대한 대책으로 경고 사격 등 대응조치 강화를 검토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후 중국은 더욱 강경노선을 펴고 있다. 10일 중국 전투기가 미군기의 뒤를 쫓고 일부 전투기는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에 진입, 항공자위대 소속 전투기가 긴급 발진한 것도 강경대응을 통해 미국과 일본의 반응을 엿보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중국 인민해방군 총참모부는 이와 관련, '2013년 전군 군사훈련 지시'에서 "전군과 무장경찰은 평소 전쟁능력을 키워 일단 전쟁을 하면 반드시 승리하는 실력을 배양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군사훈련을 진행하라"고 지시했다고 신화통신이 14일 전했다.
일본 정부 고위관계자는 미일 양국과 중국간 동중국해 공방이 중일 양국에서 미중일 3국 문제로 확산되는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1년 남중국해 상공에서 미 해군 EP-3 전자정찰기가 중국 전투기와 충돌한 사건을 계기로 미중 관계가 악화한 적이 있다.
이와 관련, 일본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군사력을 확장하는 것에 대비해 일본 하와이 호주 인도를 잇는 '안보 다이아몬드'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주장하는 안보 다이아몬드는 남중국해에서의 중국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해 4개국이 이 일대를 포위한다는 개념이다. 아베 총리는 이를 위해 민주당 시절 소원했던 호주와의 관계 재정립에 나서고 있다. 13일 외무장관 회담 차 호주를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장관은 자위대와 호주군 간 식량, 연료의 융통에 관한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을 통해 양국간 군사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한 호주 측의 양해도 구한다는 복안이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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