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의 대표적 지한파인 찰스 랭글(82ㆍ민주) 하원의원이 한국인 전용 전문직 취업(E-3) 비자 허용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 H-1B 비자와 별도로 내년부터 연간 1만5,000개의 전문직 취업 비자를 새로 확보하려던 정부의 계획에 차질이 예상된다.
한인유권자 운동을 펼치는 재미동포 단체인 시민참여센터에 따르면 랭글은 11일(현지시간) 센터가 주최한 한인사회 정책 토론회에서 "미국의 실업률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고 특히 미국인 전문직의 취업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정치적으로 E-3 비자 허용안에 대한 반대 여론이 많다"며 "법안이 새 의회에서 다뤄지겠지만 통과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3 비자는 학사 이상의 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발급된다는 점에서 H-1B 비자와 비슷하지만, 취업기간이 최장 6년(유효기간 3년ㆍ1회 갱신 가능)인 H-1B와 달리 무기한(유효기간 2년ㆍ갱신 횟수 무제한) 취업이 가능하고 비자 소지자의 배우자도 미국 취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H-1B 비자는 전세계 신청자를 대상으로 매년 8만5,000개가 발급되는데, 한국은 이중 3,000~3,500개를 받아왔다. E-3 비자가 정부 계획대로 확보된다면 미국 내 한국인 전문직 일자리는 6배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 인적교류 증가를 이유로 특별 취업비자를 할당해왔다. 캐나다에는 무제한, 호주에는 연 1만500개의 E-3 비자를 발급하고, 멕시코 싱가포르 칠레 등에는 5,000~6,000개의 H-1B 비자를 따로 할당하고 있다. 한국은 한미FTA 협상 과정에서 대미 교역규모를 근거로 최소 1만5,000개의 E-3 비자 발급을 요구했지만 미국 정부는 "비자 할당 증가는 의회의 권한이므로 FTA 발효 후 별도 협의하자"며 최종 합의에서 배제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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