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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 세상을 두드리다] <7> 300만 관객 '워낭소리' PD 고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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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 세상을 두드리다] <7> 300만 관객 '워낭소리' PD 고영재

입력
2013.01.14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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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장르치고 비주류, 혹은 인디(indie)의 영역을 내포하지 않는 분야는 없다. 그런데 유독 영화에선 그 영역에 '독립'이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영화판은 기획부터 제작, 소비 단계의 모든 과정이 시스템과 자본에 의해 굴러간다. 좋아서 좋아하는 방식대로 만들기도 어렵고, 그렇게 만든 영화를 극장에 걸기는 더더욱 힘들다. 프로듀서 고영재(44)씨는 20년 가까이 이 판에서 '독립'을 해오고 있는 사람이다. 대박도 터뜨렸다. 2009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TV다큐멘터리 필름 '워낭소리'를 극장용으로 편집해 300만 관객을 들게 한 게 그다. '우리학교', '똥파리', '혜화, 동' 같은 화제작도 그가 제작자로, 혹은 투자자로 참여한 작품들이다.

서울 인수동 북한산 턱밑에 있는 사무실로 그를 찾아갔다. 간판도 없는 단독주택의 문을 열어준 고씨는 각각 '인디플러그 대표', '스튜디오 느림보 대표'라고 새겨진 두 장의 명함을 내밀었다. 둘 다 1인기업이다.

"9,000원을 내고 극장을 찾게 만드는 이유가 영화 속에 있어야 해요. 그게 독립영화인지 상업영화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독창성, 진정성, 그리고 열정이 작품 속에 있다면 독립영화도 얼마든지 박스오피스 톱을 차지할 수 있습니다."

독립영화를 하기엔 영화판의 상황이 여전히 녹록지 않지만, 아니 더 악화되고 있다고 했지만, 고씨는 여전히 "희망은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희망의 핵심은 영화의 미학적 완성도. 그는 '두 개의 문' 같은 영화가 관객들의 호응을 얻는 것도 소수자를 다뤘다는 정치적 입장이 아니라, 다른 영화가 시도하지 않고 있는 기발함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어진 이야기는 꼭 희망적이지만은 않았다.

고씨는 독립영화가 상업영화와 다른 점을 "그쪽은 기획부터 배급까지 한 번에 쭉 가고 독립영화는 쉬엄쉬엄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돈 생기면 찍고, 또 투자 들어오면 배급하는 것이 독립영화계의 현실이다. 그는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가진 새 얼굴들은 계속 영화판으로 들어올 거라 확신했다. 제2의 '워낭소리'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 그러나 그들이 두 번째, 세 번째 영화를 계속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예전엔 나도 상업영화의 문제는 뭐고, 독립영화의 문제는 뭐고… 그런 얘기도 많이 했어요. 이젠 그런 구분조차 모호한 것 같아요. 1이 2가 되고 2가 3이 되던 시장이, 1이 2가 되고 2가 4가 되고 4가 8이 되는 곳으로 변해버렸어요. 대형 투자사들이 후반작업 업체까지 자회사 형태로 포섭해 버렸으니까."

뜻 맞는 이들끼리 '결사체'를 만들어 영화를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걸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 노릇인 게 현재 독립영화계의 현실이다. 많게는 수백 억 원, 아무리 적어도 수천 만 원의 예산이 드는 장르가 영화이다 보니, 돈 대는 쪽과 작가의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는 법. 그런데 비주류의 가치관이 목소리를 내기엔, 주류 자본의 힘이 너무 커져버린 것이 한국 영화의 오늘이다. 고씨는 '협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독립영화의 기획 중에도 대기업 투심(투자심사)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게 있어요. 이런 부분에서 협업을 해야죠. 작가도 어느 정도 커머셜한 부분을 받아들이고, 대기업은 인하우스 방식(수직계열화 체제 내에서 제작까지 맡는 일)을 고집하지 말고. 타협 아니냐고요? … 그런 선택에 대해 지지 여부를 밝히는 건 중요한 게 아녜요. 지금은 어떻게든 브레이크를 걸어야 합니다. 아니면 영화산업 전체가 피폐해질 거예요."

영화판에 뛰어드는 젊은이들이 대개 그렇듯 고씨의 목표도 연출이었다. 단편영화를 몇 편 만들고 사운드엔지니어로, 때로는 편집기사로 영화 크레디트 라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가 프로듀서로 알려진 건 2006년 '우리학교'의 제작ㆍ배급을 맡으면서부터. 극장 배급 시스템을 벗어난 공동체 상영 등 그의 아이디어가 빛을 발하면서, 어느덧 '고PD'라는 호칭이 익숙해졌다.

고씨는 현재 정치 다큐멘터리 '거대한 대화'의 배급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진보와 보수 쪽 인사들의 인터뷰를 통해 성찰적 담론을 던져보자는 기획이다. 그는 작가주의 영화보단 이 사회의 네트워크를 하나로 묶는, 그러면서도 자신의 잔영이 남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번 영화('거대한 대화') 후론 당분간은 다큐멘터리를 떠나 극영화에 집중하고 싶어요. 지치기도 했고, 지금껏 해온 것과는 다른 실험을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나는 아직 희망을 갖고 있어요. 영화를 통해 대중과 소통할 수 있을 거라는."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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