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장면에서 이창호가 ▲로 단수 쳤을 때 박정환이 슬그머니 우하귀로 손을 돌려서 먼저 △로 끊은 게 노련한 수법이다. 지금 바로 1로 패싸움을 시작하는 건 3 때 흑이 좌하귀 패를 해소해 버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미리 확실한 패감을 만들어 두겠다는 뜻이다.
흑의 입장에서 그쪽을 계속 응수하다 보면 패감이 점점 더 커지므로 이창호가 우하귀를 포기하고 대신 5, 7로 좌하귀 패를 해소한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하지만 이제는 귀중한 선수가 백에게 돌아왔으므로 와 실전진행을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백8 때 흑은 1로 잇고 버티고 싶지만 4, 6을 당하면 과연 어느 쪽이 더 위험한 지 알 수 없다. 할 수 없이 이창호가 9로 뛰어 나갔지만 박정환이 12부터 18까지 별로 힘들이지 않고 흑의 요석을 잡으면서 짭짤하게 실리를 챙겼다. 여기서부터 백이 한 발 앞서기 시작했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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