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노사가 지난 10일 무급휴직자 455명 전원 복귀에 합의했지만 '공장 안'도, '공장 밖'도 마냥 기쁜 표정은 아니었다. 정리해고의 상징이었던 쌍용차 문제가 해결됐다는 기쁨은 잠시, 4년 가까이 다른 삶을 살던 동료들이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되지 않을지, 일자리 나누기로 인해 반토막 난 월급 봉투가 더욱 가벼워지는 건 아닐지 걱정이 움튼 탓이다.
14일 출근길에 만난 쌍용차 평택공장 조립1공장 근무자 최모(46)씨는 "아직 회사가 정상궤도에 올라서지 않은 상황에서 무급휴직자 전원 복귀 결정이 한편으로는 우려스럽다"고 조심스럽게 속내를 털어놨다. 최씨는 지난 8일 자살한 류모(50)씨 얘기를 꺼내며 "류씨가 근무하던 로디우스 라인은 몇 년째 잔업이 없어 급여가 다른 라인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경제적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일자리를 나눈다면 다같이 무너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3월 1일이면 꿈에도 그리던 일터로 다시 돌아갈 무급휴직자들 역시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유모(48)씨는 "복직 소식을 듣고 아내와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면서 "하지만 공장 앞에서 송전탑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해고자들을 생각하면 죄인이 된 기분"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공장에 남은 동료들에게 그 동안 서운한 마음이 있었는데 그들을 만나서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큰 걱정"이라고 솔직한 심정을 나타냈다.
쌍용자동차가 무급휴직자 전원에 대해 복직 결정을 내렸지만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복직 근로자를 수용할 만한 추가 일감이 있는지가 가장 큰 해결 과제로 꼽히고 있다. 현실은 밝지만은 않다. 생산라인 3곳 가운데 체어맨과 로디우스 라인은 하루 4시간 정도만 가동하는 수준이다. 잘 팔린다는 코란도C와 코란도 스포츠 라인도 1교대 수준에 불과해 복직자들을 수용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쌍용차 관계자는 "올해 신형 로디우스를 선보이게 되면 생산량이 늘어나고 복직자를 위한 일자리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 "휴직자들 복직 후 한달 정도 교육이 예정돼 있는데 그 동안 직원들간 융화를 위해 회사 차원에서도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복직대상에서 제외된 정리해고자와 희망퇴직자 2,100여명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들은 부당한 정리해고를 주장하면서 공장 앞 송전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들이 주장하는 국정조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사측 역시 이들 복직문제에 대해서는 확연히 온도차이를 보이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해고자와 희망퇴직자 복직 문제는 쉽지 않다"면서 "생산량이 늘어나거나 경영여건이 크게 호전되는 상황이 된다면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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