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1월에 열리는 게임전시회 '지스타(G-STAR)'는 게임업계 최대 잔치입니다. 우리나라가 게임강국으로 부상하면서, 국제규모의 전시회로 발돋움하게 되었지요. 많은 게임회사들이 어떤 작품을 들고 지스타에 나갈 지, 연초부터 계획을 세울 정도입니다.
그런데 국내 대형 모바일게임회사인 위메이드의 남궁 훈 대표가 지난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스타 불참을 선언했습니다. 다른 게임업체 대표들도 동조의사를 밝히면서, 자칫 올해 지스타의 개최 자체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발단은 9일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인터넷게임중독 예방법' 입니다. 이 법안은 ▦셧다운제(심야시간 청소년 게임접속금지) 강화 ▦게임업체에 '인터넷게임중독 치유부담금' 부과 등을 골자로 하고 있는데요. 셧다운제의 경우 대상연령을 현재 16세 미만에서 19세 미만으로, 접속금지 시간도 자정~오전 6시에서 밤 10시~아침 7시로 확대한다는 것입니다. 또 게임중독 예방 및 치료기금조성을 위해 게임업체에 매출의 1%를 강제 징수하고 특히 중독 유발지수가 높은 게임업체에는 매출액의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게임업계 입장에선 반발할 수 밖에 없는 법안이지요.
하지만 남궁 대표가 화가 난 건 법안 그 자체 때문만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남궁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해운대 지역구 의원까지 (법안발의에) 참여한 상황에서 더 이상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며 "위메이드는 이번 법안의 향후 진행 상황과 상관 없이 상정 자체에 항의하는 의미로 올해 지스타에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해운대 지역구 의원은 새누리당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서병수 의원(해운대구 기장군 갑)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스타가 열리는 부산 벡스코가 위치한 지역구 의원이지요. 게임행사 개최를 통해 적잖은 지역혜택을 보고 있는 의원이, 게임산업을 규제하는 법안에 이름을 올린 것에 남궁 대표는 배신감 같은 것을 느낀 모양입니다.
남궁 대표의 페이스북 글에는 '애니팡'개발사인 선데이토즈의 이정웅 대표, 정욱 전 한게임 대표 등이 댓글을 통해 지지입장을 밝혔습니다.
사태가 확산되자 법안을 발의한 새누리당 손인춘 의원은 "게임산업 규제가 아닌 인터넷 및 게임중독을 치료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고 해명했고, 부산시측도 "그간 게임산업 발전에 협력해온 시의 입장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게임업계의 반발은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산업을 사회악처럼 여겨온 정치권과 정부에 대한 누적된 불신이 표출된 것"이라며 "새 정부는 게임의 긍정적 산업측면도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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