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모(42)씨는 지난해 세탁기를 사면서 신용카드 포인트세이브 서비스를 이용했다. 물건값 중 50만원 가량을 매달 적립되는 포인트로 갚을 수 있는 일종의 '할인'이란 말에 솔깃한 것. 또 쓰지 않고 쌓이기만 하는 포인트를 이 참에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첫 달부터 포인트대신 현금이 빠져나갔다. 그는 포인트를 채우지 못한 것으로 여기고 카드 사용을 더 늘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카드사에 항의했더니 "이용실적이 여전히 모자라 현금으로 결제된 것"이라는 답만 돌아왔다.
김씨는 "평소 수준(매달 약 120만원 결제)만 유지하면 된다고 꼬드겨 가입시키더니 실제로는 서비스 내용이 복잡하고 포인트 적립비율도 낮더라"고 불평했다. 결국 그는 6개월 뒤 소액이지만 다달이 빠져나가는 수수료가 거슬려 나머지 금액을 일시불로 갚았다.
2010년쯤 도입된 신용카드 포인트세이브 서비스에 대한 원성이 높다. 카드 결제 시 카드사로부터 최고 70만원까지 먼저 지원을 받고 최대 36개월에 걸쳐 다달이 적립되는 포인트로 갚는 서비스지만, 약속한 혜택을 누리려면 과소비의 악순환에 빠지는 구조 탓이다. 더구나 카드사나 제휴업체들은 서비스 가입 당시엔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마치 할인인 양 강조한다. 일종의 불완전 판매인 셈이다.
서비스 구조를 꼼꼼히 살펴보면 고객에게 그리 유리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장은 몇십만원을 아낄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서비스 이후 포인트 적립비율이 1% 정도인데다 연5~7% 안팎의 할부수수료까지 감당해야 한다.
예컨대 100만원이 넘는 물건을 카드로 결제하고 50만원을 포인트세이브(적립비율 1% 가정)로 처리하면 상환기간은 36개월로 고정돼 매달 상환포인트 1만3,880점을 쌓아야 한다. 즉 3년간 매달 138만8,000원 이상 카드 결제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결제금액(포인트)을 채우지 못하면 그만큼 현금이 빠져나간다. 여기에 할부수수료(연 6% 적용) 4만5,644원이 붙는다.
결국 포인트세이브는 무늬만 할인일 뿐 수수료까지 얹어 갚아야 하는 빚일 뿐이다. 하지만 이를 모르는 소비자들이 많다. 최근 한국소비자연맹이 포인트세이브 서비스 이용자 200명을 설문한 결과, 10명 중 9명(88%)이 '포인트세이브 수수료를 잘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26%는 '이용 정보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소비자연맹은 "카드사들이 포인트세이브를 '부담을 줄여준다' '할부보다 싸다'고 광고하거나 권유해 소비자를 오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데도 포인트세이브 서비스 이용률은 꾸준히 늘고 있다. 물정 모르는 소비자를 우롱하는 영업행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꼭 쓰고 싶다면 해당 카드사 홈페이지나 상담전화를 통해 자신의 소비행태와 평균 결제금액 등을 적용한 시뮬레이션(모의실험)을 해본 뒤 결정하라"고 조언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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