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 수 없는 경기였다.
실력으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역부족이었다. 신체조건에서도 키가 5~8cm 적어 파워에서 밀렸다.
이용대(25ㆍ삼성전기ㆍ177cm)-고성현(26ㆍ김천시청ㆍ180cm) 조는 지난해 런던올림픽 이후 새롭게 만들어진 복식조인데 반해 마티아스 보에-카르스텐 모겐센(덴마크ㆍ이상 185cm)조는 세계랭킹 1위이자 런던올림픽 은메달을 목에 건 백전노장이다. 상대가 오른손-왼손잡이로 구성된 환상의 팀이라면 이용대-고성현 조는 둘 다 오른손잡이로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더구나 함께 손발을 맞춘 지는 불과 3개월뿐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중국 오픈 슈퍼시리즈 프리미어 대회 결승에서 처음으로 맞붙어 0-2로 물러섰던 악몽도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이용대-고성현 조가 13일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 경기장에서 열린 2013 빅터 코리아오픈 배드민턴 슈퍼시리즈 프리미어 대회 결승전에서 보에-모겐센을 세트스코어 2-1(19-21 21-13 21-10)역전승을 거두고 남자복식 챔피언에 올랐다. 전날 쿠킨키드-탄분헝(말레이시아ㆍ2위)조를 2-0으로 완파하고 결승에 올랐던 이용대-고성현 조는 이로써 이번 대회 세계랭킹 1, 2위를 잇따라 꺾고 세계 정상의 위치를 확인했다. 이용대-고성현 조는 또 최근 3개 대회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프리미어급에서도 정상을 차지해 신예 강자로 이름을 새겼다. 상대와의 전적도 1승1패 균형을 맞췄다.
배드민턴 코리아 오픈은 총상금이 100만달러에 달해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을 제외하고 전영오픈과 함께 세계 5대 프리미어대회에 속한다. 우승 상금은 7만9,000달러다.
특히 이용대는 런던올림픽에서 정재성(삼성전기)과 손을 잡고 금메달을 노렸으나 이들에게 덜미를 잡혀 동메달에 그친 한을 깨끗이 풀었다. 이용대는 또 2010년, 2011년 남자복식 우승에 이어 2년 만에 정상을 탈환했다.
1세트 후반까지 점수가 9-17로 벌어져 패색이 짙었다. 절망적인 기운이 코트를 감쌀 무렵, 이용대-고성현이 역전의 불꽃타를 수놓기 시작했다. 이용대의 스매싱땐 셔틀콕 최대시속이 300km에 달할 정도였다. 순식간에 19-20, 1점차까지 상대를 압박했다. 비록 세트를 내주긴 했으나 보에-모겐센을 흔들어 놓기엔 충분했다.
2세트는 이용대-고성현의 일방적인 페이스. 보에-모겐센은 평소 한 수 아래로 생각했던 상대가 지능적인 네트 플레이와 강약조절로 경기를 지배하자 실수를 연발해 13점에 그쳤다.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이용대-고성현은 3세트 초반 4-0으로 앞서 기선제압에 성공한 뒤 1시간 5분만에 짜릿한 역전승을 일궜다.
이어 열린 여자단식에서는 성지현(한국체대ㆍ7위)이 디펜딩 챔피언 왕스셴(중국ㆍ5위)을 2-0(21-12 22-20)으로 제압해 한국에 두 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성지현의 슈퍼시리즈급 대회우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자단식 세계랭킹 1위인 리총웨이(말레이시아)는 두펭유(중국ㆍ5위)를 2-0(21-12 21-15)으로 물리치고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한편 런던올림픽에서 고의 패배 파문을 일으킨 당사자의 리턴매치로 관심을 모은 여자복식 준결승전에서 랭킹 12위 정경은(23·KGC인삼공사)-김하나(24·삼성전기)는 위양-왕샤올리(중국ㆍ5위)에게 0-2(16-21 11-21)로 졌다. 위양-왕샤올리는 이날 마진-탕진화(이상 중국)를 2-0(21-17 21-13)으로 누르고 우승했다.
[이용대-고성현 인터뷰] "세계선수권 우승·랭킹 1위가 목표
"세계랭킹 1위가 목표다."
이용대(25ㆍ삼성전기)가 2013 빅터 코리아오픈 배드민턴 남자복식 우승 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용대는 "파트너인 (고)성현 형이 랭킹 1위를 기록한 적이 없다"면서 "함께 1위에 오르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이용대-고성현 조의 랭킹은 현재 10위다.
정재성(삼성전기)과 조를 이뤘던 이용대는 랭킹 1위까지 올랐고, 런던올림픽 이후 정재성이 태극마크를 반납하면서 고성현으로 파트너를 바꿨다.
이용대는 "다음 주 말레이시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3∼4위권까지 노릴 수 있다"면서 "둘 다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경험이 없어서 세계선수권대회 우승과 세계랭킹 1위를 목표로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성현은 "다른 파트너와 할 때는 보에-모겐센에 이겨본 적이 없어 오늘 긴장을 많이 했다"며 "장신과 왼손잡이에 대비한 맞춤훈련과 수비연습을 열심히 한 덕분에 이겨 부담을 떨쳤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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