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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훈장 등장… 불온세력 근원지 꼽힌 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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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훈장 등장… 불온세력 근원지 꼽힌 서당

입력
2013.01.13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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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보면 그 사회가 보인다. 조선 후기 교육과 지성사를 연구해 온 정순우 한국학대학원 교수의 신간 (부제 '서당으로 읽는 조선 교육의 흐름')는 여말 선초에서 한말에 이르는 서당의 오랜 역사에서 조선 사회의 변화와 움직임을 읽어낸 학술서다. 기존 연구가 많지 않은 상태에서 서당의 역사와 문화를 복원하기 위해 실록, 승정원일기 등 국가기록과 개인문집, 서당 교재 등 철저한 자료 분석을 토대로 썼다.

서당이 널리 퍼지는 것은 학자이면서 관료인 사림파가 본격 등장하는 16세기부터다. 성균관과 향교를 중심으로 관학을 부흥시키려는 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가운데, 연산조의 사화로 낙향한 지식인들이 향촌 교화의 방편으로 서당 교육에 눈을 돌리면서 사학이 발달했다는 것이다. 서당에서는 같은 초보 수준의 문자 교육만 한 게 아니고 심오한 성리 철학도 가르쳤으며, 어린이뿐 아니라 40세 전후의 성인까지 학생으로 받아들여 폭 넓게 교육했다.

18세기 후반 이후 서당의 변화는 이 책의 핵심이면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다. 생산력이 커지고 신분 질서가 흔들리는 사회 변동과 맞물려, 양반이 아닌 농민이나 역관 등 전문직에 종사하며 지식과 부를 쌓은 중인들이 만들고 운영하는 서당이 이때부터 나타난다. 조선의 국립대학 격인 성균관 노비가 운영하는 서당이 성업을 하는가 하면, 몰락한 양반이 '고용 훈장'이 되어 산간 벽지와 섬 지방으로 떠돌며 생계를 잇는 일도 많아진다. 설립과 운영 주체가 달라짐에 따라 교육 내용도 달라져, 성리학적 도덕 교육에 치중한 기존 교재에는 없던 신화와 민담, 민속 등이 들어간 새 교재가 나오는 등 이 시기 서당 교육은 질적으로 큰 변화를 겪는다.

떠돌이 고용 훈장으로 전락한 양반들의 사연에는 그 시대의 초상이 뚜렷이 박혀 있어 매우 인상적이다. 신세가 불운한 탓에 이들은 유교 경전보다 같은 비기류나 점복서에 더 끌렸고, 서당은 세상에 불만을 품은 불온한 무리의 근거지로 지목되기도 했다. 조정을 비방하고 유언비어를 퍼뜨린 혐의로 영조 계축년(1733)년에 체포된 곽처웅, 을해년(1755) 역모 사건으로 처형 당한 이 전 등이 대표적이다. 곽처웅은 문재가 뛰어나고 경제적으로도 부유했지만 다 버리고 스스로 파락호가 되어 기존 질서를 거부했다. 이 전은 친국을 받던 중에 왕에게 대놓고 '흥측부도'하다고 말해 바로 참수됐다. 그 시절에 이런 인물들이 있었다는 것이 놀랍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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