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개발공사 꼭 필요
▲용도 바꿔주고 구역 정해주니 개발이익 수천억 금방 생겨
그걸 왜 개인에 귀속시키나 시민의 땅이니 돌려줘야
공공서비스도 직영으로
▲관행적인 민간 위탁 비정규직 늘고 비용만 들어
청소·건물관리 등 직영하니 일자리 안정되고 임금도 올라
시민들이 주체적이어야
▲2010년 모라토리엄 선언, 사실 시민들에 알리기 위한 쇼
그들이 관심갖지 않으면 언제 뒤통수 맞을지 몰라
인구 98만, 1년 예산 2조여원. 전국에서 가장 좋다는 분당 판교 신도시와 70년대 도시빈민들을 강제이주시켜 만든 낙후된 본시가지가 공존하는 성남시. 이곳이 요즘 전국적 관심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이 다수당인 시의회가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안에 반대하면서 2013년 예산의결을 늦추는 바람에 시가 준예산 상태에 돌입했던 것. 필수적인 예산만 쓸 수 있는 상황이라 지역 내 공공활동이 중단됐다. 이재명(49) 시장이 공문과 트위터로 시민들에게 정황을 알리자 4일 열린 임시 시의회에는 시민들 500여명이 자발적으로 모여 시의원들을 압박해서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 도시개발공사 설립안은 여전히 부결된 가운데 이 시장을 만나 어떤 도시를 만들고 싶은 것인지 들어보았다. 이 시장은 경북 안동 화전민의 7남매 중 넷째로 열 두살 때 성남으로 올라와 공단에서 일했고 뒤늦게 검정고시를 거쳐 변호사가 된 입지전적 인물. 성남 참여연대를 만들어 2002년에는 분당 파크뷰 특혜비리를 폭로했다. 2010년 성남시장으로 선출되자 판교신도시 특별회계 전용금을 당장 못 갚는다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했고 호화 시장실을 시민도서관으로 바꾸고 지역 개발업자들이 돈봉투 내미는 것을 감시한다고 시장실에 CCTV를 설치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어떡하다가 준예산 사태까지 갔습니까?
"작년 5월부터 성남도시개발공사를 만들자고 시의회를 설득해왔어요. 이게 만들어져야 성남시 개발로 생기는 이익을 공사가 갖고 있다가 취약지구를 개선시키는 데 투자해서 성남시가 균형발전을 할 수 있거든요. 시의회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새누리당 의원들도 찬성을 해서 조례안(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이 상임위를 통과했어요. 그런데 통과된 다음에 새누리당의 입장이 바뀐 거에요. 그러자 상임위에서 동의했던 의원들이 그럼 우린 뭐냐, 당에서 이야기해도 못 따르겠다 그러니까 본회의 표결에서 반란표가 나올까봐 아예 예산을 의결하는 본회의 자체를 안 연거지요. 준예산 사태로 시민들의 비난이 쏟아지니까 4일날 임시의회를 열기는 했는데 곧바로 정회하고 나가려는 것을 시민들이 회의장 안으로 몰아넣고 투표를 하게 했지요. 현재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 시민들을 고소한 상태입니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꼭 필요한 것인가요?
"공사를 통해 돈을 벌어서 공익개발에 쓰려면 꼭 필요합니다. 시장이 가진 행정권한을 행사해서 생기는 개발이익이 굉장히 많아요. 기업들이 기술개발하고 시장개척하고 열심히 해서 돈 버는 걸 뭐라 하겠어요? 그런데 행정권한을 행사해서 토지용도를 바꾸고 구역을 정해서 생기는 이익은 불로소득인데 이걸 왜 특정 기업이나 개인이 갖습니까? 시민의 땅이니까 공공에 귀속시켜야지요. 대장동의 30만평이 이미 개발허가가 나가있어서 누가 하느냐만 남아있어요. 올해 내로 사업자를 정해주지 않으면 2014년에는 해지가 되거든요. 여기는 개발이익이 3000억원 이상 날 걸로 봅니다. 작년에 법이 바뀌면서 서로 떨어져 있는 땅들도 하나의 필지로 봐서 개발사업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게 소위 결합개발이에요. 본시가지에 성남1공단 부지라고 해서 10년 동안 비어있는 땅이 2만7,000평이 있어요. 여기를 공원으로 만드는 데 3,000억원 정도 듭니다. 결합개발을 할 수 있게 되면서 대장동 사업을 하면서 성남1공단을 공원으로 만드는 게 한번에 가능하거든요. 성남에는 LH공사 가스공사 식품연구원 한전기공 도로공사 이 다섯 군데 공사가 2014년까지 지방으로 이전을 합니다. 이 땅을 업무용으로 개발을 해서 차익을 남기겠다는 거지요. 요즘은 원형지 개발 방식이 있어서 택지조성을 다 하지 않고 용도만 바꾸고 선만 그은 다음에 팔 수 있어요. 식품연구원은 판교신도시 바로 옆이라 용도만 바꾸고 곧바로 팔아도 500억~600억원이 남아요. 직접 시행하는 게 힘들면 사업마다 특수목적법인을 만드는 방법도 있어요. 공사가 51%만 투자하고 재정투자를 받는 거지요. 백현 유원지라고, 6만7,000평짜리 녹지도 있는데 전임 시장 때 평당 600만~700만원에 포스코에 주거용지로 파는 걸로 되어 있던 게 이래 저래 시행이 안되길래 제가 회수했습니다. 업무용지로만 되어도 평당 1,500만~2000만원, 비싼 데는 4,000만원까지도 받아요. LH공사가 하려던 위례 신도시 땅도 5만평은 찾아온 게 있고 잡월드 잔여부지도 있어서 공사 설립만으로 개발이익을 1조원까지도 만들 수 있습니다."
-1조원 만들어서 뭐 하려고요?
"본시가지에 기반시설 확보하는 거예요. 성남이 철거민도시 아닙니까? 서울 도시정비하면서 18~20평짜리 분양지 만들어서 사람들을 마구 쏟아 부어서 만들다보니까 주차할 데도 없고 도심에 나무 심을 데도 없고 애들 손잡고 갈 공원 하나 없어요. 재개발은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니까 안되고 주거환경 개선하려면 엄청난 돈이 필요해요.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가난한 동네, 다 여기서 찍은 거에요."
-시예산으로는 할 수 없나요?
"예산도 없지만 있다고 해도 한쪽에다 집중 투자하는 걸 한쪽에서 반발을 하잖아요. 안 그래도 (분당 판교 사람들은) 우리 세금을 왜 저쪽에다 쓰느냐, 독립운동하자 그러는데. 시예산으로 했다간 갈등이 더 심화되니까 다른 돈을 마련해야 돼요. 개발이익만 시민의 이익으로 환원시키면 낙후된 지역을 개발할 수 있는데 반대하는 사람들이 누구겠어요? 올해 안으로 시행사만 정해주면 되니까 기본계획을 세우면서 기다릴 겁니다."
-공사라는 게 만들어놓으면 적자 부실덩어리가 되기 쉽지 않나요.
"이게 성남이기 때문에 가능해요. 분당은 벤처기업 집적도가 전국평균 두 배입니다. 신규기업 증가율, 도내 1위에요. 방만하게 운영되는 걸 걱정하기에 세가지를 조례에 넣었어요. 인력을 15명 이상 못 늘린다. 수익사업에 한정한다. 사업할 때마다 시의회의 동의를 받는다. 그런데도 반란표가 두려워서 표결조차 거부하는 것은 시장의 손발을 꽁꽁 묶겠다는 의도겠지요."
-막상 시장이 되어보니까 가장 큰 벽이 뭐에요?
"생각만큼 시민들이 주체적이지 않아요. 성남시 시정구호가 '시민이 주인인 성남'이에요. 시민이 주인이라는 건 대접 잘해야 된다가 아니라 시민이 책임지자, 주인 노릇해서 주인 대접받자는 거거든요. 주민들 만날 때마다 그 이야기를 합니다. 주인을 본질적으로 잘 존중하는 머슴은 없다. 견물생심이고 인지상정이다, 주인이 바보 같고 관심 없으면 훔치고 배신하는 게 인간이다. 시장실에 CCTV 왜 달아놓은 줄 아느냐. 내가 거절해도 나중에 그 사람이 검찰에 가서 돈 줬다 그러면 돌려줬다는 걸 뭘로 입증하겠어요? (웃음) 그 사람들이 왜 와서 얼굴 보이고 돈 줄라고 그러겠어요? 이권 아닙니까? 시장이 당신들의 삶을, 미래를 가지고 칼질하는 사람들인데 당신들이 관심 안 가지면 언제 도둑놈으로 돌변할지 모른다."
-모라토리엄 선언했던 판교부채는 다 갚았습니까?
"6,765억원 중에 작년까지 4,204억원을 갚았어요. 그 중 지방채로 장기로 전환한 것은 1,000억여원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갚았어요. 불필요한 공사 보수 유지관리비용을 줄였어요. 보도블록은 재활용한다, 도로포장공사 훼손된 데만 한다, 쓸데없는 조경 안한다 그러면서 전체 예산을 30% 삭감을 했어요. 공공시설도 예전에는 땅 사서 지었는데 지어진 거 임차해서 쓰는 걸로 바꿨어요. 경로당도 빌려서 했더니 비용 적게 들지 나중에 돈 돌려받지 접근성 좋지 관리비도 적게 들지. 재정은 늘어나지 않아도 시민들 욕구는 계속 팽창하는데 이런 식으로 시정을 펴니까 시민들이 믿어줘요. 며칠 전에는 시민 한 분이 시장실로 피자 네 판을 배달해줬어요."
-재정자립도가 높아서 모라토리엄 선언 안해도 되는데 선언한 건 쇼맨십이라는 비판도 있지요.
"문제를 주민들한테 보여주자는 거니까 쇼 맞아요.(웃음) 당시에는 엄청난 욕을 먹었지요. 그런데 대규모 긴축예산을 통해서 매년 1,500억씩 갚아나가려면 모든 공사가 중단될 수 밖에 없어요. 그 이유를 주민들이 정확히 알지 않으면 4년 내내 불평을 하거든요. 한번에 욕먹고 긴축예산을 할 거냐 4년 내내 끌려다닐 거냐. 인천은 송영길 시장이 취임하면서 아시안게임주경기장 건설을 중지하려고 했다가 주민들이 데모를 하니까 중단을 못했어요. 저는 충격적으로 실상을 알리는 방법을 쓴 건데 그게 더 나았던 거지요. 1년에 1,500억원씩 아끼는 과정을 통해 시청과 시민들의 체질이 강화된 효과는 더 커요. 앞으로는 그런 쓸데없는 낭비없이 시정이 쭉 꾸려나갈 수 있는 기반이 된 거거든요."
-비용을 아끼기 위해 민간위탁을 공영으로 바꾸는 방식도 많이 썼던데요.
"공공서비스라는 걸 이용해서 돈을 버는 곳이 많아요. 시장 측근들이 돈버는 수단이었어요. 청소회사가 16개가 있는데 이게 권리금이 20억씩이었어요. 공식적으로 계산해보면 그렇게 남을 수가 없어요. 결국 책정돼 있는 청소노동자 임금의 일부를 떼어먹는 거에요. 그걸 시민주주기업을 만들어서 직영으로 바꾸었더니 시에서 나가는 돈은 줄고 청소원 개인이 받는 돈은 더 많아요. 이거 전국의 50여개 지자체가 배우러 왔고 부산 해운대구가 실행에 들어갔어요. 취임하면서부터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위탁사업은 최소화해서 공단이 맡게 했어요. 위탁사업이 보통 2년마다 계약을 하기 때문에 2년짜리 비정규직이 제도화되는 거였거든요. 공공기관이 비정규직 써서 비인간적인 대우를 하고 돈 아끼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기업과 달리 공공기관은 돈을 잘 쓰는 게 의무거든요."
-원래 정치가 꿈이었나요?
"제가 성남 3공단에 있는 야구글러브 공장 다닐 때 프레스 기계에 팔을 다쳤어요. 보상도 못 받고 다친 다음에도 깁스하고 다니면서 일했어요. 일당 못 받을까봐. 검정고시 거쳐서 대학 가서야 속았다는 걸 알았지요. 사법고시 합격하고 88년에는 판사임용권 안이었는데도 변호사 개업을 선택했어요. 그때 동기들끼리 시민활동할 구역을 한동네씩 정했어요. 저는 살던 동네라 성남을 선택했고요. 정치가 사회를 바꾸는 데는 효율적이지만 돈이 많이 들잖아요. 공천 받아도 충성서약 이행해야지 자기 뜻 관철하는 게 아니고요. 참여정부 때 중앙공천제 없애고 기간당원제를 만들었어요. 당비 내는 사람 표 많이 받으면 공천되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당원 5,300명을 만들어서 입당을 했어요. 예산 3,000만원 실무자 한 명으로도 시민운동이 뭔가를 할 수 있는데 예산 2조원에 정규직을 2500명을 가지면 뭘 못하겠느냐 싶어서 시장선거에 나섰지요."
-형제들은 혹시 이권사업 하나 주길 기대 안합니까?
"큰 형님은 광부하다가 건설'노가다'(막노동)시고 누님은 요양보호사 하다가 놀고 있고 둘째 형님은 페인트공하다가 실업자고 밑에 여동생은 야구르트 배달하고 막내 남동생은 청소부입니다. 제가 대학에서 장학금 받아서 학원 보내서 대학 가신 셋째 형님이 회계사인데 이분만 대학교수 시켜달라, 시장 됐으니 인사 이리 해달라 그래서 제가 끊었더니 저를 비난하고 다니십니다. 다른 형제들은 욕심을 안 냅니다. 내면 안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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