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현지시각) 막을 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3’에 참가한 한국 기업은 약 70개. 단연 돋보이는 곳은 삼성전자와 LG전자였지만,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시선을 사로잡은 중소업체들도 있었다.
행사 기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만난 중소 가전업체 모뉴엘의 박홍석(사진) 대표는 고무된 표정이 역력했다. 그는 “어제 다녀갔던 한 유명 햄버거 회사가 전시장에서 본 터치 테이블PC를 전 매장에 설치하고 싶다고 연락을 해왔다”며 “작년 CES를 훨씬 능가하는 성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모뉴엘 부스는 관람객들과 CNN과 CNBC 등 해외 언론의 취재 열기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작년의 1.6배인 600㎡ 규모로 꾸민 모뉴엘 전용 부스에는 나흘 동안 방문객 약 3만 명, 해외언론 20여 개가 다녀갔다. 계약금액은 작년 300만 달러를 크게 상회할 전망이다.
모뉴엘은 연 매출 4,000억원대, 직원 수 266명에 불과한 중소 가전업체. 홈엔터테인먼트 시스템(HTPC)을 비롯해 LCD TV와 청소기 등 가전제품을 외주(OEM) 받아 생산한다. 한때 대형마트와 손잡고 ‘통 큰 TV’와 ‘통 큰 넷북’ 등을 선보여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모뉴엘은 CES와 남다른 인연이 있다. 2007년1월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 빌 게이츠가 세계최대가전전시회 CES 기조연설에서 “엔터테인먼트용 PC를 만드는 모뉴엘 같은 회사를 주목하라”고 말한 것. 박 대표는 “세계시장에 이름을 알린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모뉴엘은 이후 6년 동안 CES에 참가, 12개의 혁신상을 받았다. 올해도 모뉴엘과 자회사 잘만테크는 부분별 최고 1개 제품에만 수여하는 ‘최고 혁신상’ 2개를 포함 총 7개 제품이 상을 받았다. 중소·중견기업이 최고 혁신상을 받은 모뉴엘이 처음이며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제외한 국내 업체로는 역대 최대 성적이다.
가장 주목 받은 제품은 터치테이블PC. 이 제품은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자리에 앉아 메뉴를 고르고 카드결제까지 할 수 있게 한다. 박 대표는 “자리에 앉아 결제를 한번에 끝낼 수 있기 때문에 패스트푸드 체인점에 도입될 경우 외식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식물의 수분과 온도, 화분의 상태에 관한 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 ‘식물용 스마트 커뮤니케이터’등도 관심을 받았다.
이 제품들은 모두 직원들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박 대표는 “1년 내내 직원들로부터 수백 개의 아이디어를 받고, 실현 가능성이 보이는 아이디어 15개를 추려 제품화했다”며 “아이디어가 채택되면 연봉의 3배까지 포상금을 지급하고 특진혜택을 준다”고 말했다.
모뉴엘의 전략은 아이디어형 제품과 틈새시장 공략. 박 대표는 “TV시장의 경우 고화질이나 3D 기능이 필요 없는 노래방 시장 등을 공략하는 전략”이라며 “아이디어가 돋보이고 가격이 저렴한 제품으로 성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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