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시의 고질병이 또 도졌다.
공직자 부패근절 대책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비리 사건이 재연됐다. 거의 매년,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공직비리에 시민들은 "이젠 더 이상 할 말도 없다"며 허탈해 하고 있다.
13일 익산시 등에 따르면 사무관 A씨는 지난해 12월말 명예퇴직을 신청했다가 행정안전부로부터 '명퇴불가' 통보를 받았다. 정년 퇴직 5년을 남겨둔 A씨는 최근 자신의 부인이 운영하는 조경회사가 하도급 공사 수주와 관련해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명퇴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산림과 계장(6급) 재직 당시 부인의 회사가 조경관련 하도급 공사를 잇따라 수주해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다. 실제 A씨 부인의 회사는 익산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2,666억원) 중 SK건설사 측으로부터 2011년 2월 수의계약을 통해 55억원 규모의 조경사업(55억원)권을 따냈다. 이외에도 크고 작은 공원조경공사 8개와 가로수 조성 공사도 수주했다.
익산산단 조성사업은 시공사 SK가 토목, 전기 등 모든 사업에 대해 공개입찰을 통해 하도급계약을 체결했지만 조경사업만 수의계약을 체결해 특혜의혹이 제기됐다. 시공사 관계자는"하도급 계약은 현장 상황 등에 따라 회사가 결정한다"며"수의계약이던지 공개입찰이던지 공정만 지키고 부실공사 없으면 누가 되든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A씨는"최근 들어 힘들어서 명퇴신청을 했고, 법에 어긋난 일은 하지 않았지만 주위사람들이 경찰조사를 받으면서 고통도 받고 있다"며"모든 것은 경찰조사에서 밝힐 것이며 잘못된 것이 있으면 처벌 받겠다"고 말했다.
익산시 공무원의 비리 행위는 이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사무관 B씨는 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행안부가 징계절차를 밟고 있다. B씨는 주택과장 재임 시절인 지난해 3월 중순부터 7월까지 아파트 이사를 준비하면서 주택업자가 제공한 원룸에서 공짜로 살았다. 행안부는 B씨가 이 기간 지급하지 않은 월세 200만원을 뇌물로 보고 B씨를 징계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B씨는"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가까운 지인이 자신의 원룸이 비어 있으니 사용하라고 해서 이사 준비기간인 3개월 반 정도 살았다"며 "200만원은 돌려 줬다"고 해명했다.
또 6급 직원 C씨는 불법 하도급 계약과 관련해 관리감독 소홀 등을 이유로 확인서를 제출하는 등 지난해 11월 말 감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공무원 범죄가 끊이지 않으면서 "공직사회 청렴도를 높이겠다"는 도의 공직자 부패 근절 의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시는 그 동안 한 차례라도 비리가 적발되면 공직에서 퇴출시키는 원 스트라이 아웃제, 개방형 감사관제, 반부패 청렴 종합대책 등 잇따라 내놓았다.
그러나 지난해 공직자 성추행 사건을 비롯해 전ㆍ현직 공무원 148명 공무용 골프회원권 무단 사용 및 익산시 마시길 조성사업 관련 뇌물수수 비리(2011년), 100억원대 절전형 보안등 교체사업 비리(2010년), 인사비리(2009년) 등 해마다 공직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시가 공직 비리 근절을 위한 고강도 처방전을 내놓았지만 약발이 전혀 먹히지 않은 데다, 도의 공직감찰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시민 박모(50)씨는"언제까지 공무원 비리 소식을 들어야 하냐"며"공직자 부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비리 예방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우기자 ge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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