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가 자신과 동생 테오의 얼굴을 작은 마분지에 담았다. 1950년대 후반까지 사람들은 두 그림을 모두 반 고흐의 자화상으로 여겼다. 하지만 파리에서 2년 거주하는 동안 반 고흐가 동생을 한번도 그리지 않았다는 건 이상하다는 비평가들의 의문이 제기됐고, 다양한 분석을 통해 두 얼굴은 반 고흐 형제 각각의 초상으로 판명이 났다. 두 남자는 무척 닮았어도 둥그스름한 두상에 푸른 눈, 구레나룻 없는 황토색 턱수염(왼쪽)과 밝은 회색이 감도는 푸른 눈에 주황색 수염, 햇빛에 그을린 인상으로 차이가 난다. 자세히 보면 귓바퀴의 모양도 조금 다르다. 테오의 귀는 둥글고 반 고흐의 귀는 약간 뾰족하다. 옷차림도 테오쪽이 좀더 반듯하다. 이 소품에는 반 고흐의 유머가 숨어 있다. 테오가 쓴 밀짚모자는 야외 작업 때 햇볕을 가리기 위해 형이 즐겨 썼던 것이고 반 고흐가 쓴 모직모자는 테오의 것(테오 부인 요한나의 증언)이다.
●3월 24일까지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서 전시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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