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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형 수능 유보 요구, 혼란 부추기는 대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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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형 수능 유보 요구, 혼란 부추기는 대학들

입력
2013.01.1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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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문제가 많아도 올해 치를 대학수학능력시험 제도를 지금 뒤집자는 요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수능이 쉬운 A형과 어려운 B형으로 이원화되는 2014학년도 대입을 앞두고 서울지역 주요 사립대 입학처장들이 뒤늦게 유보를 요구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수능 이원화에 우려의 목소리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수능 정책을 당해년도에 뒤집는 것은 입시정책의 기반을 흔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A대 입학처장은 11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출범했으니, 현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수능 이원화를 유보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10일 경희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등 9개 대학 입학처장은 "선택형 수능은 수험생, 고교 교사, 대학당국에 상당한 혼란을 일으킬 것으로 우려된다"며 유보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지금 와서 올해 수능 정책을 바꾸는 것은 법규 위반이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33조는 대학들이 학년도 개시 1년 3개월 전에 전형을 발표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후 바꿔서는 안 된다. 입시전형의 안정성을 위해서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지난해 말 2014학년도 대입전형을 발표했다. 대학별로 AㆍB형 중 어떤 유형을 택할지, 두 유형을 모두 택한 대학은 B형에 가산점을 얼마나 줄 것인지까지 발표했다.

뒤늦게 수능 이원화 유보를 촉구한 데 대해 A대 입학처장은 "지난해 말에는 대선을 앞두고 있어서 현 정부에 대한 비토(거부)로 오해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김윤배 입학처장은 "지금이라도 현재 체제로 가는 것이 혼란이 덜 할 것"이라며 "정부가 고교 현장 목소리를 잘 듣고, (법규 위반이라면) 시행령 개정까지 포함해서 유보 여부를 검토해 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물론 수능 이원화를 놓고 우려되는 문제는 많다. 서울 목동의 고3 학부모인 노모(49)씨는 "학교에서 아이가 선택형 수능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해 일찌감치 학원에 보냈다"며 "입시제도가 바뀔수록 점점 더 사교육에 의존하게 된다"고 한숨지었다. 고양시 일산동구의 고3 학부모(47)도 "기출문제를 풀어볼 수도 없고 현실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 같다"며 "기존 수능으로 그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교 현장에서는 당해 수능정책을 뒤집는 것은 법까지 초월해 입시제도를 변경하는, 안 좋은 선례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보다는 정부가 많은 점검과 사전평가를 해서 부작용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 구현고 박찬명 교사(국어)는 "수능 이원화를 하는 것도 논란이지만, 이제 와서 시행을 안 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라며 "정부와 교육과정평가원이 6월, 9월 모의평가 두 번만 할 것이 아니라, 예산을 투입해 소집단 평가와 시뮬레이션을 수 차례 거쳐서 변별력, 난이도, 출제경향 등을 테스트하고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전 이문고 방경태 교사(국어)도 "새 수능에 대비해 교육과정도 바뀌었고 문제집, 교과서, 평가도 새롭게 준비해왔다"며 "문제가 많다고 해서 지금 안 하는 것은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다 장기적으로 수학ㆍ영어에만 집중하는 학교 교육이 개선되고 공교육이 바로 서는 제도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김경훈 수능 본부장은 "현재 과탐도 물리를 선택한 학생, 화학을 선택한 학생이 같은 과를 지원해도 과목간 난이도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는다"며 "영어 AㆍB형도 학과의 특성에 따라 다른 과목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둘 사이의 난이도 차이를 수치화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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